인스타 감성 별 거 아니네
혹, 감성 사진을 찍고 싶지만 왠지 그런 감각은 날 때부터 내재되지 않은 채 태어난 듯한 기분이 드는 사람들에게. 아주 간단한 꿀팁을 알려주려 한다. 첫째, 카메라를 켠다. 둘째, 집게손가락을 화면에 대고 늘린다. 셋째, 찍는다.
'인스타 감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감성 사진'에 대한 동경심이 자자하다. 친구가 말했다. "요즘 감성 사진은 확대하면 된대. 일단 당겨!" 생각해 보면, 나도 어느샌가 사진을 찍을 때 적정한 거리를 두고 확대를 하는 걸 습관처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언젠가부터 잔뜩 확대한 사진들이 감성이 되었는가.
국어사전에 '감성'을 검색해 본다.
감성 :
감성은 수동성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한 유한성을 나타내는 반면, 인간과 세계를 잇는 원초적 유대로서 인간 생활의 기본적 영역을 열어 주는 역할을 한다.
'원초적 유대'라는 말이 눈에 띈다. 일상에서 지나칠만한 감각이나 순간들을 원초적 감각을 되살릴만한 언어나 자료물로 일깨우는 것이다. 그러니 확대한 사진에는 원거리에서 육안으로 보이는 정도의 넓은 시야에서 보기 어려운 부분들이 담겨있다. 이를테면 의자 모서리의 마모된 정도라든지, 빼뚤빼뚤한 나뭇잎의 결, 음료에 담긴 얼음과 표면 사이에서 비치는 굴곡된 빛과 같은 것들.
지나칠만한 시각적 감각을 살릴 수 있는 아주 간단하고 근사한 방법이다. 음식 사진은 또 어떤가. 평범한 순댓국도 확대해서 보는 순간 표면에 떠있는 자글한 고기 기름들과 새우젓, 싱싱한 부추, 순대 사이의 잘게 다져진 당근들까지 음식의 원초적 재료와 정성들을 느껴볼 수 있다.
물론,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눈으로 뜯어보며 감상하는 이는 없을 테지만, 무의식의 감각이란 스쳐가듯 느껴지는 것이다. 멀리 떨어져서 볼수록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간은 더 높은 곳, 더 넓은 곳을 볼 수 있는 전망대를 만들었다. 하지만 나는 장황함 속의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디테일을 애정 한다. 가까이 볼수록, 더 가까이 볼수록 느껴지는 것들도 무한하다.
전동카트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요구르트 아주머니, 길가에서 한 손엔 콜라 슬러시를 다른 한 손엔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초등학생, 카페 한쪽 모퉁이에서 유모차 안에서 모빌을 만지작거리는 아기와 그 옆에서 허공을 바라보는 아이의 엄마.
나는 이런 순간들을 가까이 바라보고 싶어진다.
감성이 필요한 순간, 시각을 확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