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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수빈 Your Celine Aug 13. 2022

당신은 글과 어떤 사이인가요

진지한 사람에 대한 예찬

당신은 글과 어떤 사이인가요. 그저 스쳤던 사이, 하루에 지쳐도 매일 만나는 애인 사이, 한 번쯤 만나고픈 아쉬운 사이. 다양한 만남과 인연들이 있었겠죠. 글과 서먹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용기 내어 친해져 보는 것도 좋다고 넌지시 말하고 싶습니다. 도무지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진지한 것. 안정보단 졸음이 더 가깝다고 생각된다면 더욱요. 아무런 냄새가 없다고 느껴지는 일말의 푸념 같은 글들도 써 내려가다 보면 조용한 표지판이 됩니다.


처음에는 몰래 쓰는 글일수록 찌질하기 쉽습니다. 찌질한 건 용감합니다. 잔인한 글과 친해지다 보면, 후련한 카타르시스가 스며듭니다. 사람들은 반짝이고 더 멋진 것들을 좇는 경향이 있지만, 편안함을 느끼는 건 따로 있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공간.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순간에 우리는 대체로 찌질합니다. 그리고 그 다분히 현실적이고 조금은 부끄러운 것들에서 해방감을 만끽합니다. 그래서,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주변의 사랑을 받는 사람들의 특징은 '부끄러움이 적다'는 것입니다.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곧잘 하면서 유쾌함을 주는 사람도 있고, 남들은 입 밖으로 차마 꺼내지 못한 수치스러운 생각들을 툭툭 꺼내놓는 사람도 있죠. 하지만 대체로는 찌질함에 용기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비단 저도 그렇습니다. 사람들 간에 만들어지는 공기의 눈치를 보는 편이며 부끄러움도 은근히 많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글은 재미있습니다. 현실에서는 어떠할지라도 글에는 누구나 흠뻑 찌질함에 빠져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솔직함이 묻어난 글일수록 사랑받습니다. 어설프게 멋을 부리는 글에는 티가 납니다. 왠지 마음에 와닿지 않는 불편한 무언가. 사람을 만날 때와 비슷합니다. 가면을 쓰는 글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글과 좋은 사이를 유지하려면, 나를 내려놓는 것이 맞습니다.






다른 이야기지만, 글과 끈질긴 사이인 사람들일수록 진지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지함이라는 건 예전에는 재미를 모르는 그저 지루한 네모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 진지함이 있는 사람이야말로 그 안의 단단한 심지가 있다는 걸 요즘에서야 느낍니다. 이전의 고루한 생각을 정정합니다. 진지함은 재미와 엄연히 다른 말입니다. 최근에는 장기하를 보고 감탄했습니다. 그의 진지함이 낳은 고유한 정체성을 과감하게 드러내면서 퍼포먼스의 재미까지 더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음악과 무대에 열광하고 흥얼거렸습니다.


애당초 진지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애써 부정적인 것이라 여겨 감추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자신의 진지함을 다루는 시간으로 글 쓰는 것만큼 좋은 게 있을까요. 개인적인 소망으로 모두가 찌질하고 진지한 시간을 어렵지 않게 마주하길 바랍니다. 꼭 인생에서 심각한 사건이 있어야만 이런 감정들을 느끼는 게 아닙니다. 그것들은 아마.. 감정을 느낀다는 표현보다는 감정이 폭발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립니다.


글이라는 건 소화할 땐 정신이 배부르고, 곱씹어 배출할 땐 마음이 단단해지는 듯합니다. 글을 쓰며 진지함을 견고함으로 드러내는 사람들을 존경합니다. 유쾌하게 진지한 사람들은 그 이상으로요.


아무쪼록! 스스로와 친해지고 싶은 당신이라면, 글과 좋은 사이가 되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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