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4명의 남성
'사랑이 많은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근래 들어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중에서, 함께 있으면 미소 지어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대개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 사랑의 대상은 다양했다. 아이, 연인, 배우자, 일. 나는 이런 사람들을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 칭한다. 일에 대한 사랑은 숭고하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사랑은 위대하다. 한 사람을 떠올리며 기쁨과 행복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예뻐 보였다. 내가 그가 생각하는 사람을 모르는데도 말이다. 최근 내가 만난 4명의 남성에게 나는 존중하는 사랑을 배웠다. 그들의 사랑은 굳이 티 내지 않아도 묻어 나왔다.
흔히들 말한다. "3년 이상 만나면 가족이지~" "설렘은 딱 1년이야." 물론 설렘 없는 사랑을 결코 사랑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편안함을 무기로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합리화하는 것은 옳지 않은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런 말들을 무참히 무너뜨리는 연인들을 나는 존경한다. A는 30대 초반 남성이다. 그에게는 오랜 연인이 있다. 그들에게는 분명한 '태도'가 있다. 그는 제3자가 본인의 연인을 아는 지인임에도 불구하고 '00이가~'라고 하지 않는다. 꼭 '00님이'라고 칭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들이 서로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모든 말의 말미에는 그녀의 칭찬 혹은 그녀와의 관계로 인해 본인이 어떤 변화를 느끼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그녀를 아는 지인이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걸 수도 있겠으나, 이는 그의 세상이 늘 그녀와 맞닿아있다는 걸 증명하는 듯했다.
미혼인 내가 좋아하는 단어 중, 조금 어색한 것을 골라보자면 '아내'이다. 나는 괜스레 '와이프'라는 단어가 정이 가지 않는다. 남편을 "내 허즈밴드가-"라고 칭하지는 않지 않은가? 참으로 이상한 언어이다. 왠지 아내라는 단어가 쑥스러워서 적당히 밋밋한 것으로 고른듯하기도 하다. 그런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에서인지, 나는 자신의 배우자를 '아내'라고 칭하는 사람들 중에 부드럽지 않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제 아내가 손재주가 좋아서요' '아내랑 데이트하는 시간이 좋아요'라고 이미 그 상황을 상상하며 눈으로 미소 짓는 사람들이었다. 며칠 전 만난 30대 중반 남성인 B가 그러했다. 그 역시 몇 마디 말을 나누었을 뿐이었지만 다정한 사람임을 눈치채기엔 충분했다.
결혼한 지 10년이 넘은 부부에게서 설렘을 배웠다. C는 40대 중반 남성이다. 20대인 나, 30대인 다른 지인분들과도 어렵지 않게 어울리는 센스와 다정함을 갖춘 분이다. 나보다 C와 훨씬 깊은 친분이 있는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C가 참 괜찮다고 느낄 때가 언제냐면, 부인 이야기를 할 때 자기 얘기하는 거보다 신나하더라고. 매번 그래.' C의 아내는 작가이다. 그녀가 쓴 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는데, 아이처럼 신나하며 말하는 모습이었다. "내 아내지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표현을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싶다니까."나 역시 그 이야기보다도 그의 모습이 더욱 인상 깊었다.
사랑에 솔직한 사람이 멋있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 자리, 혹은 외부에서 연인의 전화를 받으면, 보통은 부끄러워서인지 몰라도 괜히 무뚝뚝하게 통화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D는 20대 중반 남성이다. 그는 나의 친구이다. 이 친구가 참 멋지다고 느꼈던 순간은 그의 여자친구와 통화하는 모습이었다. 친구들과 있으면 여자친구와의 통화보다 괜스레 주변의 시선에 더 신경 쓰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본 그는 한결같이 다정한 목소리로 애교 넘치는 대화를 하곤 했다. 오히려 그걸 본 주변 사람들은 그를 더욱 따뜻한 사람, 사랑에 솔직한 사람으로 여겼다. 장난스런 놀림에도 '그럼 너도 해~'라며 받아치는 당당한 모습이 좋았다.
애정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들은 티 내지 않아도 사랑이 묻어난다. 나 또한 그들의 태도에 깊은 생각을 하게 되는 밤이었다. 사랑에 있어 솔직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싶다가도 솔직하려 노력하는 그 마음이 오랜 존중을 만들어낸다고 결론지었다. 누군가를 자랑하고 싶고, 그 사람을 떠올렸을 때 잔잔한 행복이 스며든다면 그건 사랑이 맞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많은 존중을 보내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가족을 비롯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해만을 바라곤 한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는 이야기가 괜히 나왔을 리가. 익숙한 것은 대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이다.
가까울수록, 존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