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먼저 고르기
곧 어떤 행사가 다가오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마트나 드럭스토어에 가보면 된다. 특히 명절인 추석과 설날은 한 달여 전부터 마트가 선물세트로 가득 꾸며져 있다. 선물의 다른 말은 '상대를 신경 쓰는 마음'이다. 간혹 단순히 인사치레로 들고 가는 하나의 행사가 되기도 하지만, 나에게 선물이라 함은 상대에게 감정을 주는 일이라 여겨진다.
어제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족인 사촌 언니가 집에 놀러 왔다. 그녀는 1주 전 유럽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오자마자 로마에서 가져온 컵과 고모가 만든 송편을 내밀었다. 외국을 다니기 아직은 조심스러운 시국에 로마에서 날아온 컵이라니! 왠지 로마의 향취가 느껴지는 듯했다. 짐도 많을 텐데 늘 언니는 여행을 가면 선물을 사다 주곤 했다. 이번 명절은 할머니 댁에 내려가지 않아서 떡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고모 덕분에 송편과 함께하는 추석이었다. 이런 마음들이 너무 감사하게 느껴지는 날에 선물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센스 있는 선물을 고르는 방법은 간단하다. 상대에게 '감정'을 줄 수 있는 물건을 고르면 된다. 그렇다면 먼저 어떤 감정을 선물하고 싶은지 골라야 한다. '기쁨' '감동' '재미' 등이 있다. 아무리 비싸고 멋진 물건도 상대에게 주고 싶은 감정이 분명하지 않으면 선물이 아닌 소모되는 상품이 되고 만다. 나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게 된다면, 상대방이 나를 위해 고민했을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꽃을 받는다면, 꽃집을 검색하고, 가게로 발걸음을 옮기고, 수많은 꽃들 중에서 나에게 어울릴만한 꽃을 신중하게 고민했을 그 사람의 표정을 떠올린다. 그 순간들을 상상하고 음미한다.
상대를 감동시킬 수 있는 선물을 하는 두 번째 방법은, 상대를 알아주는 마음이다. 누구나 받으면 좋아할 만한 만능 선물이란 것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도 큰 기쁨을 주는 선물에는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이를테면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울릴만한 화분을 선물하거나, 막 골프를 취미로 시작한 친구에게 귀여운 골프공을 선물하는 마음이다.
혹은 선물의 출처나 서사가 특별한 경우도 좋다. 둘만의 추억이 담긴 장소나, 상대의 향수를 일으킬 수 있는 장소, 혹은 자신이 아끼는 가게나 사람에게서 구입한 선물이 될 수도 있다. 포인트는 '상대방을 위해 이 장소나 이야기를 떠올렸다는 것'이다. 좋은 곳에 가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곤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담아 선물을 산다. 그래서인지 선물을 받는 순간보다 선물을 사는 순간이 더 추억하는 경우가 있다. 사랑으로 나오는 행위임을 알기에, 나에게 선물을 주는 그 마음이 귀중하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센스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선물하고픈 마음은 지금 바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선물의 다른 말은 ‘고마움’이다. ‘그동안 나와 인연을 함께해줌에 대한 고마움’, ‘귀한 도움을 준 것에 대한 고마움’ 등 여러 모양으로 존재한다. 말로 표현하는 것이 첫 번째이지만 고마움은 작은 선물이 더해졌을 때 더 진하게 느껴진다고 믿는다. 선물의 크기와 가치를 떠나서, 상대가 나에게 무언가를 안겨주고픈 그 마음이 특별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노래나 영상편지가 비싼 선물보다 기억에 남는 것처럼 말이다. 표현을 해야만 전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혹 ‘조금 더 큰 선물을 할 수 있을 때 해야지’라는 마음에 표현을 미룬다면, 진짜 마음을 전할 타이밍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바로, 느껴지는 그 순간에 가장 좋은 마음을 선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