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다고 결심하면 매일 한다.

도중에 그만두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해낼 수 있다.

by 윤슬

6시 10분에 기상알람이 울렸다. 평소 같았으면 '얼른 일어나야겠다!'하고 알람을 끄고 침대에서 일어났겠지만, 오늘은 알람을 중단하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오늘만, 쉴까? 글은 저녁에 쓰면 되잖아. 조금만 더 자다 일곱 시 반에 일어날까?'



나는 청에서 근무하는 지방공무원이다. 저번주 토요일, 지역에 사회재난이 일어났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비상근무령이 떨어졌다.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19시까지, 그리고 일요일 오전 8시부터 저녁 20시까지. 현 상황을 파악하고 수습하기 위한 각종 대응책을 마련해야 했다. 보통 평일에 쌓인 피곤함을 일요일에 몰아 자며 피로를 해소하곤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말 내내 출근해서 머리를 쥐어짜고 몸으로 뛰어다니느라 피로를 해소할 틈이 없었다. 거대한 피로가 더 쌓이기만 했지.


그래서 오늘 아침이 유독 힘겨웠다. 오늘 하루 글을 쓰지 않는다고 큰일이 나진 않는데. 당장 눈앞에 있는 피곤함과 조금 더 누워있고 싶다는 게으름이 머릿속에 너울댔다. 그렇게 몇 분 일렁였다. 하지만 결국 벌떡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6시 17분. '아니, 일어나서 한 문단이라도 쓰자.' 만족스러운 글을 쓰지 못하더라도, 한 편의 제대로 된 글을 쓰지 못하더라도, 일단 쓰자.



지난 일주일 동안 매일 글을 썼다. 그전에는 매일은 아니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주일에 한 번 글을 써왔다. 이렇게 차곡차곡 글을 쓴다고 해도, 그 노력이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 다이어트의 눈바디처럼, 조금씩 붓고 있는 적금통장의 잔고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오늘 시간을 투자한다고 해서 그 시간과 노력의 결과가 바로 보이는 것도 아니다.


내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내 글이 책이 될 수 있을까. 내 글이, 내가 읽고 있는 책들처럼 잘 써진 글이 될 수 있을까. 내가 써 내려가는 활자들이 누군가에게 유의미한 텍스트가 될 수 있을까. 지금 당장은 내가 어떤 장르의 글을 쓸 수 있을지, 어떤 책을 낼 수 있을지 흐리고 까마득하기만 하다. 그래서 오늘 아침, 피곤함이 어깨를 슬쩍 치며 유혹했다. '하루만 쉬자, 그래봤자 티도 안 나는데.'


최근 읽고 있는 이노우에 신파치의 <꾸준함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밑줄 쳐놓은 부분이 생각났다.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도 조금씩 조금씩 계속하면, 도중에 그만두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해낼 수 있다.
이노우에 신파치 <꾸준함의 기술>, 155p

뭐가 되었든, 계속 쓰다 보면 알게 되겠지. 내가 책을 내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냥 글을 쓰고 싶은 건지. 어떤 글을 쓰고 싶은 건지. 뭐가 되었든, 계속 읽고 쓰다 보면 알겠지. 나는 어떤 글을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냥, 매일 꾸준히 쓰다 보면 알겠지. 그렇게 매일 하다 보면 알겠지. '이 정도면 잘 썼는데?' 스스로 만족하는 글들이 하나둘 쌓이다 보면 누군가에게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글들도 하나둘 쌓이겠지. 글을 계속 써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침대에 누워 고민만 한다고 저절로 깨닫고, 저절로 느는 것들이 아니었다.


하고 싶든, 하고 싶지 않든. 잘했든, 못했든. 한다고 결심했으면 매일 한다.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 작은 하루들이 모여 언젠간 나를 내가 바라는 곳에 데려다줄 것을 확신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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