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야근을 마무리하고, 인사 시스템에 들어가 퇴근 확인을 하려다가 멈칫했다. 초과시간 21시간. 오늘의 3시간 초과 근무까지 더하면 24시간이었다. 아직 6월이 10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하루 최대 4시간밖에 인정되지 않는 초과 근무여서, 인정되지 않은 시간까지 더하면 30시간은 훌쩍 넘었을 듯하다.
밤 10시.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 한적한 도로 위를 지나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최근 업무들이 몰렸다. 사업별 바쁜 시기를 고려하지 않고 분배된 업무 분장 때문에 눈코 틀새 없는 6월을 보내고 있다. 오전 아홉 시에 시작한 업무를 마치면 저녁 아홉 시는 기본이었다. 빨간 날, 주말을 모두 반납하고 나와 출근하며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데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에는 잔뜩 쫓기는 기분이었다. 업무를 하는 중에도 하루에 가득 쌓인 일들을 처리하느라 조급해졌다. 퇴근을 해도 아직 잔뜩 쌓인 업무들에 마음이 불편했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그날 처리해야 할 업무에 대한 고민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기존에 해왔던 업무와 올해부터 새롭게 진행되는 업무, 기존에 해왔지만 올해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한, 실상 새로운 업무에 가까운 기존 업무. 이미 업무 분장에 있는 업무들로도 벅찬데, 최근에 과에 떨어진 중요한 업무에 과장님 호출이 잦다.
아니, 업무 분장을 이따위로 짤 일인가. 어느 날은 화가 났다가, 새롭게 하는 업무에 걱정이 되었다가, 해도 해도 끝이 나지 않는 할 일들에 체념을 했다가. 여러모로 감정이 복잡한 요즘이었다.
감정이 한계까지 넘실대는 요즘이었기에, 아침에 일어나 모닝페이지는 놓치지 않고 적으려고 노력한다. 뭐라도 종이에 털어놔야 복잡한 감정이든, 생각이든 덜 어지 수 있어서. 오늘도 분노와 체념 그 사이를 오가며 모닝페이지를 적는데,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끌어당김의 법칙'
유튜브 이연님의 영상 중, '생각은 주파수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라디오 주파수라고 생각을 하자고. 긍정적인 생각은 긍정적인 일, 운, 결과를 끌어당기고 부정적인 생각은 부정적인 것들을 끌어당긴다고. 그러니 생각과 행동을 긍정 주파수에 맞춰두어야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맥락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일에 치여, 간과하고 있었던 생각이었다.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우리에게 다가오는 일들은 그 자체로는 가치평가를 달고 오지 않았다. 마냥 좋은 일도, 마냥 나쁜 일도 없었다. 그저 하나의 조건으로, 사건으로 우리에게 온다. 아무런 감정과 평가를 내포하지 않은 채로. 그 객관적인 것들에 우리는 주관적인 인식을 입힌다. 좋은 일, 나쁜 일, 감사한 일, 불평할 일, 기대되는 일, 걱정되는 일. 어려운 일. 별거 아닌 문제도 심각하게 생각하면 큰일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심각한 일도 단순하게 생각하면 간단한 일이 되곤 한다.
오늘 아침만 해도 그렇다. 오늘 해야 하는 업무 중에 'CCTV 이설 공사 일정 잡기'가 있었다. 내가 공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업체와 공사 일정을 잡으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혼자 잔뜩 심각해져서 '그럼 센터 담당자에게 먼저 CCTV 이설 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설 위치를 정확하게 잡으려면 현장 출장에 한 번 나가서.. 공사 업체랑도 한 번 만나서 어떤 식으로 공사를 할지 이야기를 해야 하고.. '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걸 또 언제 다 하지. 한 줄의 업무에 딸려오는 가지들에 머리털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걸 그냥 체크리스트라고 가볍게 생각하면 될 것을. 처리해 버리면 끝날 고민거리가 아니라 할 일일 뿐이었다.
생각 뒤에 한숨이 붙으면 걱정이 되지만, 생각 앞에 네모칸을 붙이면 체크리스트가 되는 거였는데.
할 일이 잔뜩 밀리고 쌓여있는 6월도, 스파르타 집중 훈련 기간이라고 재정의 했다. 멱살 잡혀 올라가는 기분이긴 하지만, 실은 한 분기 정도는 두고 처리를 해야 하는 일들이 한 달 안에 몰려있긴 하지만, 한 분기동안 한 걸음 한 걸음 성장할 일을 이번 달 안에 모두 처리하고 나면. 한 걸음이 아니라 한 단계 껑충 성장해 있겠지.
걱정이 아니라 체크리스트. 시련이 아니라 훈련.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긍정적인 주파수를 맞춰본다. 이 주파수를 타고 좋은 일이 다가올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