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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향해 달리는 대신, 미래에서 출발해보는 연습

by 윤슬

최근에 생각정리 컨설턴트 복주환 대표님이 쓰신 <당신의 생각을 정리해 드립니다>라는 책을 읽고 있다. 요즘 산발적으로 퍼져있는 직장의 업무, 그리고 개인적인 일들이 머릿속에서 마구 뒤엉켜 나뒹굴었다. 아무리 모닝페이지를 써내려도 정리되지 않는 머릿속 때문에 머리가 잔뜩 무거워졌다. 머리가 무거워지니 삶의 난이도가 갑자기 상승하는 느낌이었다. 이런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읽게 된 책이었다.


어제 읽은 부분 중, 인상 깊은 부분이 있었다. 소제목은 "목표를 이루는 사람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였다. 이 소제목이 달린 챕터에서는 목표 설정의 두 가지 방법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었다.

목표를 설정하는 방법을 이해하려면 먼저 적산적 사고와 역산적 사고를 알아야 한다.

적산적 사고는 현재를 기점으로 미래를 예측해 보는 사고법이다.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가까운 미래를 예측할 때 사용한다. 현실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과거의 연장선에서 미래를 바라보기 때문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기대하긴 어렵다. 그래서 장기간의 목표를 세울 때는 역산적 사고로 접근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역산적 사고는 목표를 먼저 설정한 다음, 미래에서 현재까지 역순으로 생각하는 방법이다. 목표하는 미래를 먼저 그려보기 때문에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발상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의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에 새롭게 접근하고 싶거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시작하고 싶을 때 사용하면 유용하다.

<당신의 생각을 정리해 드립니다>, 206p


적산적 사고방식은 지금 이 순간부터 출발하여 단계를 하나씩 쌓아 올리며 목표에 접근하는 방식이고, 역산적 사고방식은 원하는 최종 결과나 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거꾸로 추적하며 계획을 세우는 방식이었다.


내 삶을 돌이켜봤을 때 적산적 사고방식으로 수립한 목표들은 매일의 루틴들이 있었다. 최근에 계속되는 야근으로 인해 저녁에 운동하는 시간이 부족했다. 거창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지금 상황에서 꾸준히 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스쿼트 50개와 스트레칭 5분을 목표로 잡았다. 스쿼트 50개는 4분 남짓, 그리고 5분 스트레칭. 10분이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시간을 거창하게 내지 않아도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것들. 아무리 늦게 퇴근하고, 아무리 지쳐서 퇴근하더라도 이룰 수 있는 작은 목표였다. 이 루틴이 익숙해지고, 야근 시간이 조금 더 단축된다고 하면 천천히 시간을 늘려나갈 계획이었다. 지금 현 상황에 맞추어 목표를 설정하고 이어나가는 것. 현실적인 목표기 때문에 실천율이 높았다.


역산적 사고방식을 떠올렸을 땐, 전 팀장님의 프로젝트 수행방식과 자기 계발책들에서 바라는 10년 뒤의 모습을 상상하라고 말한 것이 생각났다. 전 팀장님은 프로젝트를 받으면 언제나 사업이 시작되는 기점을 잡고 시작했다. '이때 사업을 시작할 거야. 그러면 이때까지는 모집을 해야 하고, 이때 모집을 받으려면 이때까지 공고가 끝나야 하고, 이때 공고를 시작하려면 이때까지는 사업계획이 나와야 해.' 처음에는 이 일정이 가능한가, 싶다가도 막상 부딪혀보면 결국 마감기한은 지켜졌다. 확실한 마감기한 덕분에 사업은 매번 그 사업을 이루기 위한 가장 적기에 시작할 수 있었다.


시간관리, 동기부여, 성장과 관련한 자기 계발 책들을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들이 있다. '바라는 10년 뒤의 모습을 상상하기' 그리고 그 바라는 미래가 이미 이뤄졌다고 생각하며, 그걸 이루기 위해 한 일을 상상해 보기. 그리고 그걸 실천으로 옮기기.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긴가민가, 했다. 이게 진짜 이뤄질 수 있다고? 삶은 내가 생각하는 방향대로만 흘러가진 않던데.


하지만 어제 문득, 이 역산적 사고방식의 가치를 깨달았다. 극성수기의 업무 때문에 또 야근을 하고 있는 참이었다. 일을 하다가 집중력이 흐트러져 상상의 나래로 빠져들었다. 6월 한 달은 이렇게 바쁘겠네. 7월이라고 뭐 달라질까? 인사이동을 하게 되면 하반기는 또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느라 바쁠 테고. 인사이동을 하지 않아도 7~8월 사업 시작으로 정신없이 보내고 나면 9월부터는 내년도 업무 계획이니, 의회 감사니 뭐니 엄청 바쁠 텐데. '막막하군'이 결론이었다.


그러다 문득 출근길에 읽은 이 역산적 사고방식이 떠올랐다. 맡고 있는 일들을 차근차근 끝내고, 뿌듯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연말에 뿌듯하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인사이동을 하게 된다면, 그전에 현재 업무를 마무리해야 할 테고 이동 부서에서의 업무 정리 툴을 만들어야겠지. 인사이동을 하지 않게 된다면 이 사업은 이 부분을 해결하고, 저 사업은 이 부분을 정리해 내고. 하나둘씩 할 일이 그려졌다.


분명해야 하는 일들의 내용은 비슷했다. 잔뜩 지쳐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앞으로 할 일을 바라보는지, 아니면 일을 모두 완수해 낸 뿌듯한 상태를 만들기 위해 어떤 걸 해야 하는지. 보는 시점의 차이일 뿐이었다. 하지만 전자로 생각을 하면 그저 막막할 뿐이었지만, 후자의 관점으로 생각하면 그런 상태가 될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가 차올랐다. 좀 더 해볼 만한 느낌이었다.


분명,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엄지손톱만큼은 나아져있다. 그리고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엄지손톱만큼이라도 나아져있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의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도 미래의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겠다. 내 시야를 지금에서 앞을 향해 바라보지 않기로 다짐한다. 내가 바라는 미래에 미리 가 있고 나서, 지금의 나를 바라봐야겠다. 그런다면, 오늘의 고생은 내가 바라는 미래를 위한 한 걸음이 될 테니. 뭐든 기꺼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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