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일어나는데 문득, '이대로 가도 괜찮을까. 나라는 사람이 하나의 콘텐츠가 되고 싶다는 비전은 앞을 향하고 있긴 한 걸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내가 세상에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까. 내가 가진 직업이 곧 내가 되는 삶은 싫었다.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에 만족하면서 살기는 싫었다. 세상에 나아갔을 때 내가 사람들에게 무언가의 가치를 전하고, 그 가치에 대한 대가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나라는 사람이 하나의 콘텐츠가 되고 싶다. 하지만 아직. 그 분야와 방향을 찾지 못했다.
오늘 아침 문득, 조급함이 몰려왔다. 이대로 괜찮을까. 무언가가 되고 싶고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이렇게 직장에만 시간을 쏟고 있어도 될까.
유래없는 업무 성수기를 맞이하고 있는 올해 상반기였다. 특히 이번 달은 그 정도가 심했다. 아침 아홉 시부터 밤 아홉 시까지. 삼십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며 할 일과 한 일을 적으며 시간을 촘촘하게 사용하고 있다. 해낸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가지만, 앞으로 남은 일도 산더미였다. 세 개의 볼륨이 큰 프로젝트가 동시에 돌아가고 있었다. 비슷한 사이클로 돌아가지만 예산 14억 규모의 프로젝트 한 개, 기획부터 실행까지 모두 내 손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시책 프로젝트 두 개. 거기에 기타 자잘 자잘한 행정 업무까지.
잘하고 있는 게 맞을까. 고민이 들었다. '어차피 안 잘리니까'라는 철밥통을 무기 삼아 업무시간을 대충 때우며 칼퇴하는 직원. 힘든 업무나 어려운 업무를 맡으면 못하겠다며 휴직을 하거나 옆 사람에게 떠넘겨버리는 직원. 아니면 '뭐든 적당히'를 추구하며 유유자적하게 사는 직원. 이런 직원들을 보면 억울했다. 반면, 내가 밤 아홉 시에 퇴근할 때도 퇴근하지 못하고 일에 파묻혀 있는 옆자리, 옆옆자리, 대각선 자리 선배들을 보면 또 갑갑했다. 승진이나 근평이라는 당근을 대가로 성과를 토해내야 하는 부서에서 갈려나가는 시간들.
승진에 딱히 욕심도 없고 근평을 바라지도 않았지만 얼떨결에 끌려온 부서에서 갈려나가고 있는 시간들을 보며 조급해졌다. 나는 직장에서의 승승장구를 바라진 않는데. 공무원으로서 일 잘하는 나보다는, 자기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나를 바랐다. 그렇다고 일을 내팽개치고 나의 시간을 좇기에는 철면피가 되진 못했다. 일단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부끄럽진 않길 바랐다. 저번 부서에서 일했던 선배가 그랬다. 담당자가 업무에 욕심을 가지면, 일은 두 배가 아니라 제곱이 된다고. 그렇지만, 나 편하자고 옳은 길을 내팽개치고 쉬운 길을 택하기에는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직장에서 업무 만족도를 높이려면, 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포기해야 했다.
뭐가 맞는 걸까. 모닝페이지를 적으며 스스로에게 집요하게 질문했다. 온전한 답을 찾은 건 아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제도 고민했고 오늘도 고민하고 있고 물론 내일도 고민하겠지만. 오늘의 답은 이거였다.
나만의 콘텐츠는, 그리고 성장은 직장 밖에만 있는 건은 아니다.
지금 있는 사업부서 업무를 하면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법, 유관기관을 상대하는 법, 문제를 해결하는 법, 한정된 시간 안에서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는 법 등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었다. 어려운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업무 스킬을 고민하기도 하고, 업무적으로 스스로 한계에 부딪혀 문제해결능력과 시간관리능력을 키우기 위해 고민하고 공부하기도 하고. 직장의 과업을 수행하면서 삶을 살아갈 때 필요한 능력을 차근차근 키워나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브런치 글들도 업무와 직장 이야기로 하나둘 채워지고 있었다.
직장을 통해 생각지도 못한 분야에서 점들이 하나둘 찍혀가고 있었다. 지금은 내가 어떤 그림을 완성하고 싶은지 몰라 점만 찍고 있는 지금이 답답하지만, 언젠가 이 점들을 이어 내가 바라는 그림을 완성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