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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나만의 속도로(1)

by 윤슬

1.

새 부서로 발령난지 이 주째, 이번 부서에 와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 두 가지가 있다. ‘주사님 칭찬 진짜 많이 들었어요. 일을 그렇게 잘한다고.’ 사람들이 나를 볼 때 꽤나 기대감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듣게 된 내부 속 사정도 이번 부서에 오게 된 계기가 부서장의 스카웃이었다. 공무원 생활하며 세 번째 부서였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부서에서는 이 사람들 사이에서 피해만 주지말자,라는 생각이었다. 화려한 경력과 오래된 경력의 팀원들 사이에서 나는 ‘쪼렙’ 직원이었으니까. 이번 부서에서는 나와 비슷한 연차의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제는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좀 편해지겠거니, 싶었지만 새로운 걱정이 발목을 잡았다.


2.

신규 발령지였던 첫 번째 부서에 처음 출근해 주변 팀원들 소개를 들었을 때 잔뜩 겁을 먹었다. 옆 팀원은 기획조정실, 맞은편은 홍보실, 대각선은 총무과 인사팀, 팀장님은 구청에서 유명한 해결사. 날고 긴다는 요직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앉아 있었다. 이런 사람들과 같이 일한다는 으쓱함 보다는 부담감이 컸다. 원래 없는 자리였지만 일손이 부족해 인력 증원으로 만들어낸 한 자리였다. 하지만 처음 입직한 신입이라, 팀원들의 업무 중 가장 쉽고 간단한, 자잘한 업무들만 하나둘 떼어 내게 주셨다. 그래서 팀원들의 야근이 잦을 때면 괜스레 미안해졌다. 내가 자리에 비해 일 인분 몫을 해내지 못하고 있는 듯하여.


물론 갓 임용된 내가 무언가를 뚝딱뚝딱해내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연차가 있는 직원이 왔다면 팀원들이 조금 편해지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에 미안한 기색을 내비치면 팀원들은 언제나 손사래를 치며 잘하고 있다고, 도움이 많이 된다고 격려를 해줬지만 그 부서에 있는 내내 불편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일 인분이라도 제대로 하자. 주어진 업무라도 차질 없이 잘 해내자.


3.

두 번째 부서는 주요 부서였다. 선출직 구청장이 공약으로 내건 것을 위하여 만들어진 부서였다. 직속기관을 제외한 본청 직제의 첫 번째 국의 첫 번째 과의 첫 번째 팀. 동 행정복지센터가 첫 발령지인지라, 첫 본청 부서였다. 그리고 법정업무보다는 새롭게 만들어내는 시책 사업들이 많은 팀이었다. 일단 부서가 주는 무게감이 컸다. ‘아니 내가 왜 여기?’싶을 만큼. 두 명의 직원이 나와 같이 부서에 발령 났지만, 두 분 다 스카우트로 들어온 사람들이었다. 나 혼자만 어떤 경로를 통해 들어왔는지 모를 직원이었다. 두 번째 부서에서 처음 자리에 앉았을 때도 부담감이 만만치 않았다. 경력이 적게는 5년, 많게는 10년 차 직원들이었다.


그곳은 일을 ‘하는’ 직원이 필요한 곳이었다. 당장 업무에 투입되어 일을 할 수 있는 직원. 그곳도 사람 수에 비해 떨어지는 업무의 양이 극악했다.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해나가야 했다. 팀에 들어온 지 이주도 안 되어 팀장님께 새로운 사업의 기획안을 써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첫 번째 부서에서는 서류 발급만 해본지라, 재작성이 아닌 공문을 잡아본 적도, 기획안을 써본 적도 없었다. 뭐든 처음이었지만, 처음이라고 자비를 바랄 수도 없었다.


두 번째 부서에서도 항상 다짐했다. ‘잘하는 건 바라지도 않고, 일단 해내기라도 하자’


4.

그렇게 항상 ‘일 인분이라도 하자.’, ’ 최소한 피해는 주지 말자.‘라는 마음으로 임했다. 무게감 있는 부서들이었고, 날고 기는 팀원들 사이에서 일 인분이라도 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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