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새 불면의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아졌다. 크게 고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잠을 뒤척이고 쉬이 잠에 들지 못하는 이유는 ‘무언가에 대한 아쉬움, 내지는 충족되지 못하는 마음‘이었다. 마음 한편에 채워지지 못한 무언가가 있었다. 스스로 채우지 못한 무언가 때문에 그날 하루를 쉬이 보내주지 못했다. 그래서 침대에 누워도 홀가분한 마음으로 눈을 감고, 잠에 스르륵 들 수가 없었다. 눈을 감고 있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을 들어 유튜브를 켰다. 크게 궁금하지도 않은 이런저런 가십거리 쇼츠를 아무런 생각 없이 넘기고, 8-9분 남짓한 웹드라마를 누른다. ’ 휴식을 취한다’라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저 허기진 마음에 영양가도 없는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취하고 있을 뿐이었다.
2.
출근길, 서너 시간 남짓한 수면시간에 비몽사몽 버스에 올라타도 책 읽기 습관만은 꼭 지키려고 한다. 어제 읽은 책에서 요새의 내 모습을 반성하게 만드는 대목이 나왔다.
교수님에게 남은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 슬프면서도 그가 보내는 질 높은 시간이 묘하게 부러웠다. 우리는 왜 이렇게 의미 없는 짓들을 할까?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O.J. 심슨의 재판을 지켜보느라 점심시간 전부를 다 써 버렸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보지 못한 부분은 집에서 마저 보려고 녹화해 두곤 했다. 그들은 O.J. 심슨과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 중에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다들 몇 날 며칠 몇 주일을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의 드라마에 빠져 살았다.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90-91p, 미치 앨봄
이 대목을 스윽 읽을 때는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맞아, 사람들은 쓸데없는 가십거리를 참 좋아해. 스스로와 관계도 없는 것들인데.’
3.
다음장에 나오는 대목을 읽으며 아차, 싶었다.
“의미 없는 생활을 하느라 바삐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자기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느라 분주할 때조차도 그 절반은 자고 있는 것과 같지. 엉뚱한 것을 좇고 있기 때문이야. 인생을 의미 있게 보내려면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위해 살아야 하네.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봉사하고 자신에게 생의 의미와 목적을 주는 일을 창조하는 것에 헌신해야 하네”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92-93p, 미치 앨봄
의미 없는 생활.
다시 앞장으로 넘어갔다. 요즘 내 모습이었다.
4.
허기진 마음을 달래려고 나와 관계도 없는 것들에 시간을 소비했다. 밤에 자기 전에는 유튜브 쇼츠나 짧은 영상들을 보며 시간을 축냈고 그 외의 자투리 시간에는 네이버 메인 화면에 나오는 연예인들 가십거리, 착장 등에 대한 영양가 없는 게시글들을 습관적으로 훑고 있었다. 이런 의미 없는 것들에 시간과 에너지를 뺏긴 나머지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놓쳤다. 늦은 취침으로 인해 아침 브런치 발행을 놓쳐왔고, 자투리 시간에 인터넷에서 방황하느라 주변 사람들과의 연락에 무심했다. 하고 싶은 일들은 많은데 그걸 할 시간도, 에너지도 부족하다고 한탄했다. 시간이 좀 더, 체력이 좀 더 주어지면 참 좋을 것 같다고. 돌이켜보면 역시나 시간의 문제는 아니었다. 의미 있는 일에 쏟아야 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의미 없는 일에 쏟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수고스럽지 않게 순간의 도파민을 주는 것들에 나도 모르는 사이 빠져있었다.
5.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아침도, 어제 자기 전 뿌리치지 못한 유튜브의 유혹에 비몽사몽 한 아침이다. 한 번에 바뀔 거라는 욕심을 내려놓고 차근차근 다시 선택해보고자 한다. 나에게 의미 있는 것들과 의미 없는 것들은 무엇인지. 혹, 내가 의미 없는 것을 취하느라 의미 있는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쇼핑을 할 때 가격표를 비교하고 세부사항을 읽으며 비교하는 것처럼. 무엇이 나에게 중요한 일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