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들 1

질문

by 윤슬yunseul



철로 된 대문을 열고 마당을 지나 현관을 들어서면, 집 안 가장 먼 방이 보인다. 옷장 사이, 여덟 식구의 이불이 켜켜이 쌓인 고가 1미터 30센티미터 남짓한 그곳에, 나는 몸을 구겨 넣고 책을 읽었다.

"아빠, 고상한 게 뭐야?"
"아빠, 차가운 물보다 따뜻한 물이 더 빨리 언데?"
"아빠, 이거 어떻게 읽어?"
"아빠! 자?"

저 구석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 아빠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면, 마치 백과사전처럼 척척 대답해 주었다. 아빠는 나에게 척척박사였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마치 뽑기 같았다. 정답만 나오는 뽑기. 한 페이지를 읽는데 모르는 단어가 열 개쯤 나와도, 오히려 즐거웠다. 뽑기를 열 번 뽑는 기분이었으니까.

하지만 어느 날부터, 모르는 걸 물어보는 것이 부끄러워졌다. 뽑기처럼 궁금한 걸 물으면 정답이 나오던 아빠와의 놀이는, 호기심이 금기가 된 순간 사라졌다. 마치 선악과를 따버린 아담처럼, 나는 그 즐거움을 다시 되돌릴 수 없었다. 몰랐으면 더 좋았을 것을.

수,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