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더 아프게 흔들렸다

바람과 손길 사이, 나의 중심을 잡게 해준 심리학

by 파롤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


-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시집 中 -



흔들리며 피는 꽃과 휘둘리는 당신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나를 휘어지거나 혹은 부러지게 하는 힘을 바람으로 해석하느냐, 누군가의 손길로 해석하느냐의 차이였을까? 내가 스스로를 꽃이라고 여겼다면 휘둘린다기보다 흔들리는 중이라고 생각했으려나. 애초에 나는 누군가가 휘두를 수 있는 존재였던가.


박진영 작가의 『여전히 휘둘리는 당신에게』는 많은 마음이 이끌었던 제목이었다. 누구보다도 주체적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내가 지금은 누군가에게 휘둘린다는 기분이 드는 중이구나. 곰곰이 곱씹어보는 한편, 최근 많이 뜨는 에세이들처럼 다 알고 있는 말들을 다정하게 늘어놓은 책 중 하나가 아닐까 반신반의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반전의 묘미가 있었다.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내 외로움 등 다양한 감정들의 이유를 증명해주었기 때문이다. 마치 공부 잘하는 친구가 다가와 ”봐, 이렇다니까. 지금 너의 감정은 인간이라는 사회적 동물로서 태초에 설계된 일이야, 당연한 거니까 그딴 일로 울지 말고 차라리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 알고나면 별 거 아냐.”라고 일깨워주는 느낌이랄까? 헤매는 감정들에 설득력을 부여해주었다.


특히 공정성에 대한 실험이나 상사들은 왜 다 그 모양일까? 직장 내 권력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흥미로웠다. 집단은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읽는데 사회생활을 통해 보아왔던 비정상적인 상사들에 대한 과학적 비판이 이뤄진 것 같아서 대리만족을 느꼈다.


책에서는 남자들을 주된 대상으로 삼았지만 나는 권력을 쥔 여자 또한 똑같은 문제를 일삼은 것을 보았기에 단순히 남녀의 차이가 아닌, 권력의 생태계와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이 만나서 커진 문제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성선설에 대한 실험이 인상깊었다. 난 오랫동안 성선설을 믿어왔는데 어떤 이들은 나를 보며 순진하다고, 성악설을 주창했다. 나 역시 살아갈수록 성악설이 맞는 건가에 대해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는데 타고난 게 아니라 살아가면서 생긴 경험치 때문에 생기는 믿음이라는 것이 뼈아팠다. 나이가 들수록 나쁜 경험들을 하는 건가. 순진무구했던 10대, 20대 시절의 내가 그리워졌다.


나는, 내가 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꽃처럼 예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연약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의 휘청거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몰랐다. 바람에 흔들린다기엔 애처롭고 누군가에게 휘둘린다기엔 또 한편으로 너무 안쓰러웠다.


그래서 이 책이 반가웠다. 이 책의 저자가 나를 본다면 왠지 이런 저런 실험 결과를 들려주며 “흔들리고 휘둘리니까 인간이야. 넌 너무 인간적이라 내 스타일이야!”라고 말해줄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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