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다시 하는 까닭
2015년 9월 18일 브런치 작가가 됐습니다. 흐릿한 기억을 되짚어봅니다.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적겠다던 신청서가 떠오릅니다. 글쓰기에 지나친 부담을 가진 탓일까요. 첫 글을 올리지도 않은 채 40개월이 흘렀습니다.
소홀했던 핑계를 적어봅니다. 불안정한 삶이 배경입니다. 직장을 몇 차례 옮기고 삶의 터전도 바뀌었습니다. 그 과정은 좌절과 상처로 가득했습니다. 브런치를 운영할 여유는 없었습니다.
펜을 놓지는 않았습니다. 잠시 기자 생활을 한 덕택입니다. 네이버 블로그에도 종종 글을 올렸습니다. 책, 영화 후기를 적었습니다. 에세이와 여행기도 남겼습니다. 수시로 지웠더니 남은 포스팅은 16개에 불과합니다.
사실 블로그는 불편했습니다. 다양한 기능은 오히려 집중력을 떨어트렸습니다. 좋은 글보다 맛집 정보가 더 쉽게 찾아지는 검색 기능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브런치로 옮겨온 이유입니다.
포부는 이렇습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을 것입니다. 날아가는 잎사귀처럼 가볍게 쓸 것입니다.
우리는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두렵고, 미지의 앞날이 두렵고, 사랑받지 못할까 봐 두렵습니다. 글쓰기가 그 두려움을 없애주진 못해도 익숙하게 만들어줍니다.
다시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설렘 반 걱정 반입니다. 새집에 들어선 기분을 이태준 작가의 가르침으로 달래면서 이번 사유서를 마치려고 합니다.
‘만만한’ 소재를 정하고
오래 보고
고요히 생각하라
꼭 맞은 표현을 쓰고
다 쓴 후에는 고치고 또 고치라
자기가 신경으로 느끼어 보고
자기에게서 솟아나는 정서를 찾아
그것을 글로 만들 것이다
글쓰기란 일상에서 쓰는
우리말로 ‘나’를 표현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 것을 쓰자’를 가슴 깊이 새기자
- 이태준(1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