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함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윤식 Feb 05. 2019

3. CT와 MRI

입원일지

의료불신이 팽배해다. 환자는 의사를 믿지 않는다. 병원에 가기 전 인터넷으로 온갖 의료 정보를 검색한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병을 예단한다. 검사와 비용, 치료 후기도 섭렵한다.


의사의 진료는 기록되고 자신의 책임으로 이어진다. 포털사이트에서 얻은 정보는 출처가 불분명하고 결과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환자가 의지할 곳은 인터넷이 아니라 의사다.


지인의 조언은 덫이다. 교통사고를 당한 소식이 전해지자 안부를 묻는 연락이 많았다. 위로와 함께 충고가 빠지지 않았다. 환자와 의료진의 관계는 정보의 비대칭 속에서 움직인다. 이 상황에서 지인의 말은 위력이 강하다.


회진시간이다. 몸이 어떠냐는 물음에 어제와 비슷하다고 했다. 그러다 머리 통증이 생각나서 붙잡아 물었다. 의사는 "검사해봤는데 이상이 없었다."라고 답했다. 그를 보내고 나서 의문이 들었다. '머리를 검사했었나?'


다시 기억을 짜낸다. 응급실에 실려와서 전신 엑스선 검사와 심전도 검사를 받았다. 두 검사는 어떤 원리로 작동할까. 무엇을 알아보는 검사일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뢴트겐 부인의 손을 X선으로 촬영한 모습(왼쪽), X선을 발견한 뢴트겐(오른쪽)

엑스선 검사는 엑스선이 아닌 '전자(electron)'를 쏘는 검사다. 고전압으로 쏜 전자가 물체와 부딪치면 전자기파가 발생하는데 그것을 엑스선이라고 한다.


우리는 금속판 앞에 서서 엑스선을 찍는다. 전자가 판과 부딪히면 엑스선이 발생한다. 그리고 물체를 통과하여 필름을 감광시킨다. 그 결과가 엑스선 사진이다. 통과한 엑스선이 적으면 어둡게 많으면 밝게 나온다.


부작용은 거의 없다. 엑스선은 원자핵이 다른 원자핵으로 바뀔 때 나오는 방사선이다. 흔히 찍는 흉부 방사선 촬영의 피폭량은 약 0.1mSv다. 비행기 여행에서 노출되는 약 0.3mSv보다도 낮다.


X선 촬영을 부위로 구분했다. 단순 흉부 촬영은 결핵, 폐렴 등의 감염성 폐질환, 폐암 또는 폐 전이 등의 종양성 폐질환. 단순 복부 촬영은 신장 결석, 장폐색증. 단순 골격 촬영은 팔다리 또는 척추 등의 골절 등을 진단한다.


심전도는 심장에서 발생한 미세한 전류를 측정하는 검사다. 심장 질환을 알아보거나 전신마취 전 심장 기능을 확인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다.

환자는 충분한 설명을 요구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MRI를 찍으라고 조언한다. 부러진 다리는 붙이고 찢어진 피부는 꿰매면 된다. 그러나 다친 머리는 완치가 어렵고 후유증이 심하다면서 겁준다.


교통사고 피해자의 뇌손상을 검색했다. '폐쇄성 두부 손상'이라는 말이 나왔다. 머리가 깨지지 않아도 충격만으로 발생하는 손상을 의미한다. 머리뼈가 온전해도 속에서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의사의 말은 어디까지 의지해야 할까. 이상이 없다는 말을 믿고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 약한 통증이 계속된다는 점은 명확했다. 일시적인 현상이길 바라지만 아닐 수도 있지 않은가. 머리 검사를 요구할 수 밖에 없었다.


두개골 앞뒤 좌우를 엑스선으로 검사했다. 도넛같이 생긴 기기의 구멍에 누워 CT도 촬영했다. 주치의는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간호사를 통해 전했다. 그리고 지연 출혈의 가능성을 염두하고 세심히 관찰하고 있다면서 안심시켰다.


지인들의 의견은 달랐다. 곧장 MRI를 찍어야지 왜 CT를 찍었냐며 타박했다. 의사가 알아서 잘했겠지라고 답했다. CT는 뭐고 MRI는 뭐길래 이렇게 까다로울까. 사람들은 CT와 MRI가 무엇이며, 둘의 차이를 알고 있을까. 이참에 직접 알아봤다.

CT(컴퓨터단층촬영, Computed Tomograph)

CT는 X선 검사의 일종이다. 컴퓨터 단층 촬영이라고도 불린다. X선 검사는 2차원 사진을 CT는 3차원 영상을 얻는 점에서 다르다. 촬영을 시작하면 원처럼 생긴 기기가 계속 돌면서 X선을 찍는다. 그 자료를 컴퓨터로 영상화한다. 영상은 흉부, 복부, 머리, 목, 뼈 등의 모든 장기의 종양성 질환 및 외상을 파악하는 데 도움된다.


방사선에 노출되는 정도는 2~10mSv다. X선 검사의 조사량 0.1mSv보다 높다. 자연 상태에서 일반인의 연간 피폭량은 약 2~5mSv다.

MRI(자기공명영상법,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는 신체에 자기장을 쏘았을 때 발생하는 고주파를 안테나로 수집한 후 디지털 정보로 바꾸어 영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CT는 횡단면, MRI는 종 · 횡단면을 촬영한다. 뇌질환이나 허리뼈, 근육, 연골, 인대, 혈관처럼 수분이 많은 곳을 선명하게 찍어낸다.


MRI는 자기장을 사용하므로 통증, 부작용, 유해성이 없다. X선 검사, CT는 반복 촬영으로 방사선 피폭이 허용량을 초과할 경우 위험성이 따른다.


CT와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다.

① 뼈의 허상(artifact)이 없기 때문에 뒤 머리뼈 우묵에 존재하는 뇌종양 병변 등 CT로는 찍기 힘든 부분도 잘 나온다.
② 뇌경색 등의 폐쇄성 뇌혈관 병변은 발병 초기에 CT에서는 검출되기 힘든데 비해 MRI에서는 발병 수시간 후와 초기에 발견할 수 있다.
③ 작은 뇌경색이나 MS의 탈수반 등 5mm 이하의 작은 병변도 검출이 가능하다.
④ 수평면뿐만이 아니라 관상면, 시상면의 영상을 얻을 수 있다.
※ 출처: <해부 병태생리로 이해하는 SIM 통합내과학 10 : 신경>
뇌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비용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 MRI의 의료수가가 낮기 때문에 병원에서 CT를 권한다는 말을 들었다. 의료수가는 간단히 말해서 비용이다. 소극적 MRI 촬영의 배경 중 하나로 보인다.


MRI의 수가는 자기장의 세기를 기준으로 계산된다. 우리나라의 의료수가는 각 가입자단체와 건강보험공단의 협상으로 결정된다. 하지만 의사가 비용이라는 이유로 MRI가 필요한 환자에게 CT를 권할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그건 양심을 어기는 일이며 차후 떠안을 책임을 의사가 모를 리도 없다.


그럼 머리를 검사하는데 CT와 MRI 중 무엇이 적절할까. 결론은 '케바케'다. 환자 개개인의 신체적 특성과 증상 그리고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일반인이 인터넷 지식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CT보다 MRI가 더 정밀하고 부작용이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2. 진통제의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