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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식 Apr 18. 2019

가난이 발생시키는 것

엽란을 날려라, 1936

Keep the Aspidistra Flying(Penguin Books, 1989)


엽란을 날려라

조지 오웰 지음, 박경서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만4800원


<엽란을 날려라>를 시로 바꾸면 신경림 작가의 <가난한 사랑 노래>가 될 것이다. 오웰은 언제나 ‘가난’을 주제로 글을 썼다. 그 이유로 비판 의식을 꼽을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본인이 극심한 생활고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는 1934년 10월부터 1936년 1월까지 런던 북쪽의 북러버스 코너라는 헌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작가의 길을 걸었다. 당시를 “나는 거의 굶고 있었고 100파운드라도 받고서 뭔가를 써야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때의 시간을 주인공인 고든 콤스톡에게 담아 이번 작품을 썼다고 생각한다.


살기 위해 쓴 글은 솔직하고 적나라하다. 가난이 사고를 말살시켜 다른 생각을 넣을 수가 없어서다. 오웰은 그저 자신이 겪는 가난의 온갖 모습과 그것에 대한 통찰을 가감 없이 적어냈다. 그 리얼리즘이 너무 솔직해서 읽기가 거북할 정도다. 하지만 모두가 그것이 진실임을 공감할 것이다.


가난은 나쁜 것일까? 주인공 고든은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적은 급료를 받는 책방 직원으로 취직한다. 돈이라는 구속에서 벗어나고 자유를 얻기 위함이다. 그에게 가난은 불행이 아니라 해방이다. 친구이자 <적그리스도> 편집인 래블스턴은 그러한 고든의 생각을 "자본주의는 부패했고 그래서 우리는 벗어나야 한다는 진실이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실현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타당한 이야기죠.”라고 말한다.


광적으로 돈을 혐오했던 대가는 혹독했다. 도리어 그가 돈에 종속되어 있다고 나는 판단했다. 특히 체면과 여자 문제에서 고든은 무너졌다. 돈의 신이 요트, 경마, 샴페인으로 덫을 놓는다면 쉽게 극복할 수 있겠지만 체면을 건드리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돈이 없다면 사랑도 할 수 없다는 식의 시각을 자주 드러낸다. 하지만 그의 연인 로즈메리는 끝까지 고든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엽란을 날려라>를 다음 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먼저 ‘가난한 사람’이다. 오웰의 글을 읽으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자신의 가난에 관해 공감을 받는 기회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가난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작품으로 가난의 밑바닥을 만난다면 당신은 더욱 열심히 마음 편하게 영혼을 파는 돈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평생 한 번도 가난한 적이 없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당신은 꼭 읽어야 한다. 그래야 약자의 어려움에 눈을 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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