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윤식 May 17. 2019

스페인 내전에 뛰어든 어느 작가

카탈로니아 찬가, 1938


카탈로니아 찬가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1만 원


조지 오웰은 영국인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 사립 중등학교 이튼 칼리지를 장학생으로 졸업했고, 버마에서 오 년간 식민지 경찰로 근무했다. 귀국해서는 파리와 런던의 노팅힐에서 혼자 생활하며 글을 썼다. 이처럼 스페인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그가 왜 내전에 참가했을까.


당시 유럽 정세와 스페인 내전을 이해하면 답이 나온다. 독일에서는 히틀러, 이탈리아에서는 무솔리니가 권력을 쥐고 있었다. 그들은 내전을 일으킨 반란군을 지원했다. 유럽인들은 두 나라의 파시즘이 내전을 계기로 유럽 전체에 퍼질 것을 염려했다.


파시즘 세력을 막기 위해 각국의 젊은이가 일어섰다. 미국과 멕시코를 비롯한 50여 개 나라의 4만여 명 청년이 스페인 국경을 넘었다.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소련, 벨기에 등의 유럽인들도 참가했다. 그들은 국제여단이나 민병대 소속으로 총을 들었다. 조지 오웰도 그중 하나였다.


내전은 교착상태였다. 조지는 레닌 병영에서 훈련을 마치고 아라곤 전선으로 배치됐다. 그가 속한 부대의 병사들은 10대 중후반으로 어리고 어설펐다. 40년이 지난 소총을 지급받았고 주어진 탄약은 50발에 불과했다. 그렇게 사라고사 인근 어느 참호로 그들은 이동했다.


전장은 영화와 달랐다. 그는 ‘적보다 추위가 더 무서웠다’고 묘사한다. 조지가 지낸 참호에서는 땔감, 식량, 담배, 초, 그리고 적이 가장 마지막으로 중요하다면서 전쟁터에서 겪는 모든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자신이 목에 입는 총상도 흥미로운 경험이라며 자세하게 묘사한다.


스페인 내전은 두 개의 전쟁이다. 하나는 파시즘과 민주세력의 국제적인 대결이고, 다른 하나는 민주세력 내의 정부, 노동조합, 공산주의, 무정부주의 간의 헤게모니 투쟁이다. 내부 싸움으로 전쟁은 지지부진해지고 결국 반란군의 수장인 프랑크 장군의 독재를 낳는다.


당시 공산주의자들의 모략은 심각했다. 조지는 ‘날조된 비방으로 정적들을 제거하는 공산주의 전술이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님을 알 것이다’고 표현했다. 공산당의 행태에 대한 그의 실망감은 다음 작품인 <동물농장>에 그대로 담긴다.


뉴스 기사는 경쟁자를 공격하는 칼로 사용됐다. 공산주의 계열의 언론은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전달하여 대중에게 편견을 심어주었다.


예를 들어 공산당은 바르셀로나 시가전의 책임을 통일노동자당에 돌리기 위해 그들이 수천 정의 소총을 보유했고, 군부대에서 탱크를 훔쳤고, 75밀리미터의 포를 감추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기를 언제 어떻게 얻었고, 훔친 부대와 포를 감춘 구역이 어디인지는 말하지 않는 식이다.


그때의 가짜뉴스는 지금도 우리 곁에 존재한다. 조지 오웰은 그들의 목적을 ‘진지한 논의가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고 지적한다. 당파성, 사실에 대한 오류, 사건의 한 귀퉁이만 보았기에 자신의 글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며 조심하라는 그의 말. 그것이 가장 선명하게 들리는 건 왜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가난이 발생시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