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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식 Jun 18. 2019

45살 영업사원의 소심한 일탈

숨 쉬러 나가다, 1939


숨 쉬러 나가다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1만3000원


숲속의 오두막이 그대에게 손짓한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세상은 당신에게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해가 뜨면 출근하고 해가 지면 퇴근하는 직장인으로서 삶에 충실해야 한다. 훌쩍 떠나고 싶다는 젊은 시절의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자칫하다 실업자로 전락할 수 있다. 그리하면 가족의 밥값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개인의 욕망은 끊임없이 억압당한다. 달력을 뒷장으로 넘겨보자. 학창 시절에는 입시가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힌다. 먼저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야 한다는 통념에 구속당한다. 이어 명문대를 입학하기 위해 3년을 교실에 갇혀 산다. 대학생이 되면 취업전선, 이후에는 일과 육아라는 고개가 우리를 기다린다. 그뿐인가 가장 무서운 ‘노후’라는 놈도 존재한다.


80년 전 영국에 살던 조지 불링의 삶도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좋은 가장이다. 15년 동안 보험영업사원으로 성실히 살아왔다. 중산층 자택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조지의 일상은 안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숨 쉴 곳이 없었다. 가장이라는 이유로 그에게는 자신의 인생을 즐길만한 돈과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삶의 무게에 질식당하면 욕망도 잊어버린다. 우연히 17파운드가 생긴 조지도 그랬다. 아내 몰래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생기자 그는 무엇을 할까 고민한다. 그러다 유년 시절을 보낸 고향 로어빈필드를 떠올린다. 부모님의 시간이 남아있는 그곳, 그녀와 키스를 나눴던 그곳, 물고기가 바늘을 물고 당기는 첫 입질을 느꼈던 그곳으로 가고 싶다는 욕망을 조지는 실천한다.


우리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은 언제나 미래에 미뤄두고 산다. 그렇게 동물원에 사는 코끼리처럼 삶의 갑갑함에 익숙해진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렇게 살아야 할까. 숨을 쉬려고 가슴을 펼치는 것은 일탈이 아니라 일종의 생존본능이 아닐까. 아내를 속이고 여행을 떠나는 조지의 선택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숨을 쉰다는 데 이유가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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