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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식 Aug 14. 2019

조지 오웰 에세이 25편 모음

코끼리를 쏘다, 2003


코끼리를 쏘다

조지 오웰 지음, 박경서 옮김 / 실천문학사 -1만2000원


추천하지 않는다. 오웰은 소설 9편과 수백 편의 산문 그리고 평론을 남겼다. 이 책은 그중에서 에세이 25편을 옮긴 산문집이다. 작가의 세계관과 작품 세계를 알고 싶은 독자에게는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그 외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모든 에세이의 메시지는 다르다. 가장 인상 깊은 글은 ‘교수형’이다. 버마에서 제국경찰로 근무하는 오웰은 한 원주민이 사형대 오르는 장면을 보게 된다. 곧 숨이 끊어질 죄수는 사형대로 걸어가면서 물웅덩이가 보이자 피한다. 신발을 젖지 않으려는 그 모습에서 오웰은 새삼 그가 인간임을 발견한다. 그리고선 분노한다. 인간이 인간의 목숨을 빼앗는 비정함과 말할 수 없는 부당함을 느낀다.


3부에 실린 ‘구빈원’에서는 인간을 파괴하는 요소로 배고픔보다 무료함을 꼽는다. 흔히 끼니를 거르지 않는 것이 노숙인의 고민거리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배만 채워주면 도움을 주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렇지 않다. 그들은 밥 사 먹을 돈으로 담배를 산다. 시간을 때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무료함, 그것은 상상 이상으로 사람을 갉아먹는다.


여론에 관한 언급도 되새겨볼 만하다. 시쳇말로 경찰은 인지유예, 검찰은 기소유예, 법원은 선고유예라는 재량을 가졌다고 말한다. 그와 같은 유예는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오웰은 집중했다. 죄라도 시대의 여론에 따라 형량이 달라진다. 그러한 여론에 미치는 장치는 언론이다. 그래서 오웰은 시민들이 언론의 자유에 관심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책을 읽고 나서 바로 떠올랐던 기억을 적어봤다. 에세이가 25편이기에 이쯤 이야기를 정리한다. 하지만 오웰의 인식은 대강 가늠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인간애, 하층민의 권익이다. 마지막으로 언론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했다. 유럽 문학에 대한 비평, 맛있는 차를 만드는 법, 서점에 관한 경험 등을 다룬 글도 있다. 오웰을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라면 한 번은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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