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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식 Dec 16. 2019

조지 오웰의 책을 모두 읽은 소회

앎과 삶이 일치한 작가

목적의 독서도 때론 괜찮다. 국내에 출간된 조지 오웰의 책을 모두 읽었다. 정확히 교보문고에서 조지 오웰 지음으로 검색되는 르포 3권, 논픽션 1권, 픽션 4권, 에세이·평론집 5권 등 13권을 보았다. 2017년 3월 4일 『1984』로 시작한 여정이 1,009일 후 끝난 셈이다.


한 작가의 모든 책을 보는 것은 그의 인생을 마주하는 것과 비슷하다.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결국 글쓴이의 감정과 생각이 날것 그대로 드러난다. 난 오웰의 그것에 공감했다. 나의 세계관, 글쓰기론과 거의 일치했다. 그리고 그것을 1900년 초중반에 작가에게 발견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1941년부터 BBC에서 오웰은 대 인도 선전방송의 원고를 쓰고 라디오 방송을 맡았다.


오웰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글쓰기다. 그의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는 지금도 가장 인기가 있다. 제목부터 흥미를 끈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는 두 가지 어려움이 주어진다. 먼저 자신이 글을 쓰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다음 어떻게 쓰는지 궁금해한다. 그 내용이 잘 정리됐다.


오웰은 글의 출발점에 대해 ‘언제나 당파 의식, 곧 불의에 대한 의식이다’고 말했다. 글쓰기 방법에 대해서는 ‘아름답게 쓰기보다는 더 정확하게 쓰려고 노력한다’고 했으며, ‘익숙한 비유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둘째, 분노의 지점이다. 오웰은 항상 가난과 차별에 대해 글을 썼다. 르포집 『위건 부두로 가는 길』로 탄광 지대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보여줬고, 『파리와 런던 거리의 성자들』로 노숙자의 비참한 일상을 묘사했다.


제국주의와 전체주의, 파시즘도 비판의 대상이다. 영국 식민지인 미얀마에서 경찰로 근무하면서 오웰은 변화한다.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고 가두는 현실에 메스꺼움을 느끼고 귀국한다. 스페인 내전이 일어났을 때는 직접 전쟁에 참여하여 독재에 맞선다. 그 기록이 『카탈루냐 찬가』다.


셋째, 날선 비판이다. 오웰은 비판의 대명사로 불린다. 일상의 부당함부터 거대한 불의까지 대상을 막론하고 꼬집는다. 누군가는 그것을 비평이라고 말하지만 그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저항을 끌어내려면 당신의 삶이 얼마나 곤궁한지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책을 쓰는 이유도 거짓말을 폭로하고, 사람들이 주목하게 만들고 싶은 어떤 진실이 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그래서 오웰의 일차적 관심은 자신의 말에 사람들이 귀 기울이게 만드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르포르타주를 선택했다. 후에 소설로 진화한 결과가 『동물농장』과 『1984』다.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송강호) 가족이 반지하방에서 피자 상자를 만들고 있다.


1933년에 데뷔한 작가가 여전히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가난과 차별, 파시즘이라는 숙제가 2019년에도 해결되지 못하거나 위험성이 존재해서다. 오늘도 어딘가에는 밥값이 없어 물건을 훔치는 어려운 이웃이 있다. 자기만 옳다는 파시스트 정치인도 차고 넘친다.


오웰은 소득이 높은 사람이 넘을 수 없는 벽을 ‘냄새’라고 지적했다. 그는 작품에서 냄새는 도저히 적응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층민과 노숙인들이 풍기는 찌든 살냄새를 알지 않은가? 봉준호 감독이 제작한 「기생충」의 메시지도 그것이다. 극중에서 이선균은 송강호의 냄새를 정말 혐오했다.


『1984』는 빅브라더의 이야기다. 기술이 발달하여 국가가 모든 것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가 그 내용을 틀로 하는 작품이다. 윌리엄 깁슨의 SF 소설 『뉴로맨서』의 영향도 덧대어졌다.


오웰의 말하는 더블스피크(doublespeak)라는 용어에도 주목해야 한다. 사전적 의미는 사실을 호도하기 위한 말이다. 하나의 사실도 전혀 다른 단어로 표현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예를 들어 노동자의 정리해고를 한쪽에서는 노동 유연성이라고 말하면서 사람들의 판단을 흐린다.


여기까지 오웰의 누구이며, 그의 작품 세계가 어떠한지 설명했다. 이제 읽는 순서를 안내한다. 뭐든 출간 순서대로 보는 게 좋다. 르포, 소설을 먼저 읽으시라. 국내 출판사가 에세이와 평론을 번역해 묶은 책은 나중에 보길 권한다. 그래야 작가의 변화를 이해하기 쉽다. 목록은 아래와 같다.


작품 연보


그 밖의 글도 정리했다. 책별로 분리했다. 중복되는 글이 많다. 두 번 읽을 필요는 없다.


에세이와 평론


이제 조지 오웰 전작 읽기에 마침표를 찍는다. 리뷰를 쓴다는 것은 숙제이면서도 저장의 행동이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하지 못한다는 나의 의식으로 썼다. 그만큼 오웰의 철학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가능하다면 실천하면서 살고 싶다는 열망의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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