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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식 Sep 28. 2019

혼자일까 두려운 인류

애드 아스트라, 2019

우주는 방대하다. 아니, 그 이상이다. 빅뱅으로 만들어진 지금의 우주는 여전히 팽창 중이다. 증거는 수두룩하다. 관측에 의하면 은하와 은하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텔레비전의 빈 채널에서 들리는 지지직거리는 소리는 빅뱅의 지점에서 전해오는 우주배경복사의 잔향이다. 그런데 이러한 우주는 하나일까? 더 있는 것은 아닐까?


인터스텔라는 시간의 상대성, 그래비티는 중력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이렇듯 대부분의 우주 영화는 물리적인 요소를 다룬다. 하지만 <애드 아스트라>는 조금 달랐다. 인간을 중심에 놓았다. 그렇다고 관객이 기대하는 우주과학이 생략되지는 않았다. 감독은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아들 로이 맥브라이드(브래드 피트)가 아버지 클리포드 맥브라이드(토미 리 존스)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둘은 우주비행사다. 클리포드는 지적 생명체 탐사인 리마 프로젝트의 대장으로 전설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해왕성 인근에서 실종된다. 로이는 그런 아버지의 길을 따라 우주비행사가 된다. 그러던 중 우주사령부로부터 아버지가 살아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로이는 지구에서 달로, 달에서 화성으로, 화성에서 해왕성으로 이동한다. 감독은 현재의 기술과 상상력을 영화로 현실화시켰다. 로이는 고속버스에 타는 것처럼 요금을 내고 민간 로켓을 통해 달에 도착한다. 극 중에서 승무원에게 침구류를 요청하자 이용료를 내는 모습은 민간 우주비행업체인 버진갤럭틱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


달에는 사람이 살 수 있는 기지가 건설됐다.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있었고, 지하철도 오고 갔다. 하지만 어디서나 자원을 놓고 싸움이 벌어지듯 달에서도 특정 국가의 비호를 받는 해적들이 존재했다. 한편 달은 다른 행성 혹은 그 이상으로 이동하는 기착지다. 대기가 없기에 더 손쉽게 로켓을 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달에 유인기지를 세우는 일이 준비 중이다.


로이는 다시 화성행 로켓을 탄다. 그곳의 통신 안테나를 이용해 아버지와 교신하라는 명령을 수행한다. 화성은 달과 달랐다. 사람들은 지하기지에 거주했다. 땅 아래 물이 가득 찬 호수가 있었다. 지하에 거대한 호수와 빙하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진에 밝혀진 사실이다. 로이가 내린 화성은 그것의 연장선이다.


인류의 계획은 여기까지다. 계획이 있어도 생물학적 한계가 존재한다. 로이는 화성에서 해왕성으로 이동했다. 영화 속에서 70여 일이 걸렸다. 하지만 실제로는 최적의 궤도를 맞춰도 최소 8년이 걸린다. 참고로 해왕성을 처음 방문한 보이저 2호는 12년 만에 도착했다. 그런 오랜 시간 동안 좁은 우주선에서 생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고독을 이겨내야 하는 일은 인간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가 아닌 타인과의 관계 하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다. 로이는 홀로 해왕성까지 이동하면서 외로움에 힘겨워한다. 지루함과 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두려움이 그를 괴롭힌다. 견디고 견뎌서 가까스로 해왕성을 마주한다. 그리고 아버지를 재회한다. 하지만 여기서 로이와 클리포드, 관객은 새로운 의문에 마주한다.


우리는 왜 우주로 나가려는 것일까. 왜 외계인에 흥미를 느낄까. 왜 클리포드와 인류는 지적 생명체를 찾기 위해 지구에서 태양보다 30배나 먼 해왕성까지 갔을까. 사실 초반부터 의심스러웠다. 누구보다 우주를 잘 아는 과학자이자 우주비행사인 클리포드는 아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면서 왜 ‘신’을 언급했을까.


그건 두려워서다. 인간은 두렵다. 생명이 어떻게 만들었는지 몰라서 두렵다. 우주의 끝을 몰라서 두렵다. 그리고 이 광활한 우주에 생명체가 인간 혼자일까 봐 두렵다. 사실 신이라는 단어를 넣으면 이 모든 것은 해결된다. 하지만 클리포드는 이렇게 말한다. “아들아, 세상은 우리가 뭔가 찾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신이 아닌 다른 해답을 인류에게 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해왕성까지 온 것이다.


로이는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없는 것을 찾느라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우주에는 다른 것이 없다. 인간도 물질도 아닌, 끝없는 허공만이 공간을 채울 뿐이다. 감독은 여기서 ‘있는 것’, 즉 가까운 곳의 행복과 가까운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사실 이런 당위론적 결론은 영화적 마무리와 어울리지 않았다.


애드 아스트라(Ad Astra)는 별을 향해서라는 뜻의 라틴어다. 영화는 인류가 왜 우주로 나아가고, 지적 생명체에 관심을 두는지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신선했다. 단골 메뉴인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이론 같은 물리학 요소가 생략된 독특한 우주 영화다. 우주선, 스카이랩, 우주정거장 등 현재의 것을 발전시켜 표현한 과학 영화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주는 정말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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