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2019
영화를 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주위에서 하도 말이 많길래 일부러 봤다. 왜 주연배우인 정유미 씨의 인스타그램에 악플이 달리고, 왜 전 축구선수 안정환 씨의 부인인 이혜원 씨의 감상평이 비난의 대상이 되는지 궁금했다. 참 웃긴 게 정유미 씨는 그 영화 주연을 맡았다는 이유로 악플을 마주했다. 영화는 평점 테러를 당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까. 영화는 르포르타주처럼 사실의 집합체를 김지영이라는 가상의 인물로 풀어냈을 뿐이다. 그런데도 안줏거리로 삼는 사람은 작품을 보거나 읽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신들도 살면서 보았을 일을 모를 수가 없다. 보고도 인지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감수성을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각종 커뮤니티와 내가 속한 남자 단톡방의 반응도 흥미롭다. 대개는 작품을 진지하게 보지 않고 그게 이상한 페미니즘이라고 비난했다. 사실 “너 페미냐?”라는 말 자체가 혐오다. 이혜원 씨의 후기도 공유되어 손가락질의 대상이 됐다. 안정환 씨처럼 고생한 삶과 달리 잘 살아왔으면서 무슨 엄살이냐다.
원문을 보면 잘살고 못살고 문제가 아니다. 여자의 삶을 말했을 뿐이다. 남자를 무시하지 않았다. 그런데 온라인에서 상어 떼에게 물어뜯겼다. 그들은 모르는 척하는 걸까 모르는 걸까?
영화는 페미니즘에 속하지도 않는다. 김지영의 메시지는 쓰고 말하라는 것이다. 불합리함에 참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작품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김지영은 자신의 문제를 글로 쓰면서 극복한다. 딸아이와 카페에 온 김지영은 커피를 떨구는 자신을 맘충이라고 말하는 남자에게 강하게 따져 물었다. 이건 여성운동이 아니라 상식을 지키자는 지적일 뿐이다.
여기서 우리에게 질문이 돌아온다. 비상식에 침묵하고 동조했던 많은 남성들과 일부 여성들은 김지영에 공감할 자격이 있을까. 먼지가 묻었다고 청소하자고 말할 자격이 사라지지 않는다. 어찌 보면 김지영이 아프게 된 이유는 사회가 스스로 만든 창살에 갇혀서 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벗어나 더 당당히 김지영을 칭찬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