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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식 Dec 29. 2019

러브레터와 닮았어

윤희에게, 2019

좋은 작품이다. 고정관념으로 영화를 보다 초반에 그 생각이 부서졌다. 여기에 항의는 불가하다. 그것을 의도라고 지적하면 자신의 편협함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내내 갸우뚱하다 중후반부터 무언가를 확신한 듯하다.


감독은 본질을 숨기고 애매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전개의 질은 높았다. 과거를 떠올리게 만드는 평범한 대사로 관람객을 끌어갔다. 영화는 진행될수록 예상과 다른 종착지로 향하고 있지만 주인공 윤희의 기억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사실 영화는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와 많이 닮았다. 둘 다 홋카이도 오타루시 배경이다. 윤희 친구 쥰, 러브레터 주인공 후지이 이츠키가 사는 곳이기도 하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로 채워진 배경음악 또한 느낌이 매우 비슷했다. 사건의 발단이 편지라는 점도 같다.


근데 왜 겨울이며, 왜 흰 눈이 채워진 곳에서 지난 사랑을 좇는 것일까. 오타루시만의 특별함이 있는 것일까. 모르겠다. 하지만 추위 속에서 따뜻했던 옛 기억이 떠오르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거기에 하얀 눈이 살금살금 내리는 거리에 있으면 허전한 마음에 채울 무언가를 찾게 될 것이다.


모두에게 ‘OO에게’라는 단어는 있겠지. 윤희는 그 아래에 ‘잘 지내니?’라고 시작해서 ‘용기를 내고 싶어’라고 끝을 썼다. 영화의 백미는 그 이유에 담겼다. 그나저나 검지와 중지로 담배를 쥐고 연기를 내뿜는 김희애 배우의 모습에 완전 뻑갔다. 코트핏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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