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동 꼭대기층에 할머니가 사신다.
가끔씩 또는 자주
주방 작은 창문을 열고 행주를 털어내신다.
어떤 날은 수건을 터신다.
어떤 날은 내복을 터신다.
어떤 날은 입고 계시던 런닝을 벗어서 터신다.
처음에는 깔끔한 성격의 소유주분인 줄 알았다.
자세히 보니 할머니셨다.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하신다.
어떤 날은 2분 간격으로,
어떤 날은 5분 간격으로
천을 털어내신다.
왜 그러실까 궁금했다.
아프신 분이실 텐데 천을 털어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어렸을 때 천과 관련된 사건이 있었을까?
젊으셨을 때 빨래와 관련된 일이 있었을까?
잠시라도 안 털면 강박에 견딜 수가 없는 것일까?
이런저런 의문이 생기지만 여쭤볼 수도 없는 사이다.
한동안 안보이시면 무슨 일이 생기셨나 걱정도 든다.
그러다가 다시 보이시면 안도감이 든다.
병원을 다녀오셨든지,
자제분댁에 다녀오셨든지 그랬겠구나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앞동 할머니의 행동이 가족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힘들지는 않을까 염려도 된다.
그러면서 나의 친정엄마의 노후생활이 현재 얼마나 건강한 생활인지 다시 한번 깨닫고 감사드린다.
최근에 제천 배론성지에 자리를 마련해 두셨다.
경쟁률이 높았는데 남동생의 역할이 컸다.
엄마는 엄청 기뻐하셨다.
사후에 가 계시고 싶어 하는 곳이라 더없이 기뻐하셨다.
경북 의성 탑리 산소에 묻혀 계시는 아빠도 그곳으로 이장할 예정이다.
나의 사후도 아빠 엄마와 함께 그곳에서 함께 하고 싶어서 남편과 딸에게 의논을 했다.
남편은 자리를 마련해 두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라고 설명했다.
딸은 "엄마! 제천은 내가 자주 다니기에는 너무 멀어. 가까운 곳이 좋아. 내가 나중에 주택을 사서 앞마당에 엄마가 좋아하는 배롱나무 밑에 묻어 드릴게, 걱정 마."
딸이 반은 농담을 하는 것 같지만 안심도 되고 기분도 좋았다. 나의 사후는 그냥 딸에게 맡겨야겠다.
고마워, 딸
앞동 할머니도 건강하시지는 않지만 그래도 좀 더 오래오래 사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