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번째 이야기
서로 각자 다른 이유로 다이빙을 시작하지만, 저에게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습니다. 가끔씩 함께하는 크루들과 종종 대화를 하며 그 이유에 대해서 물어봤더니 제 각기 정말 많은 스토리가 있었습니다. 여행을 가기 위해서, 멋진 인생 사진을 남기고 싶기도 하고, 나의 한계에 도전하고 싶으신 분, 물공포를 극복하고 물과 친해지기 위해 시작하신 분 등등 많은 이유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조금 다른 스토리가 있는데요. 여러분은 인생에서 힘든 순간과 마주할 때 어떤 방법으로 그 과정을 헤쳐나가시나요? 저에게도 아주 어렵고 힘든 상황이 온 적이 있습니다.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세상에서 가장 마음 깊이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짐에 대한 아픔이 다가 올 때 하루하루를 그 마음의 무게를 감당하며 지냈고 그때 친구에게서 다이빙 운동에 대해서 추천받고 살기 위해서 뭐라도 해보자 하며 막연하게 딱 1년만 "프리다이빙"에 집중하며 나에 대해서 되돌아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과연 내가 어떤 사람인지 깊이 한 번 생각해보자고 했던 것 같아요. 왜 다들 그렇잖아요. 나이가 들수록 사회의 수많은 관계 속에서 나와 진솔하게 대화하고 나만 생각하며 살기가 참 너무나 어려운 일인걸 알기 때문에 이쯤에서 한 번쯤 돌아볼 시기가 되길 원했던 것도 있었습니다.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 나 자신만 생각한다는 것은 우리의 사회에서 전혀 다른 존재로 비치기도 또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듯 사회화의 과정을 거치며 우리는 대부분 한쪽으로 치우친 삶을 살아갑니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다른 사람의 평가나 공동체 안에서의 역할이 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하고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습니다. 돌이켜보면 '나만 생각할래'라는 말을 해보지 못하고, 나만 생각하는 마음이나 행동을 반성하고 조심하면서 제 역할에 맞게 아들로서, 형으로서, 회사원으로 그렇게 살아왔지 않았나 생각이 되네요. 그러다 보니 어떤 모습이 진짜 나인지,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내 마음이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느꼈습니다. 얼마 전 읽었던 기사에 '나만 생각할래'라는 문구가 끌리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나를 찾고 싶고 알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딱 심정이 그랬고, 지금의 우리 나이가 되면 느낄 수 있는 감정이지 않을까요?
저는 그동안 항상 운동을 하면서도 구기종목 등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는 운동을 즐겨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사회인 야구 등을 하고 있지만 프리다이빙을 하기 전 저는 제가 자라온 데로 운동을 하면서도
타인에게 사랑받고 인정받는 것
그것이 그들과 살아가는 방법인 줄 알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항상 타인들의 반응과 감정, 입장을 살피느라 여전히 많은 시간을 보냈고, 그래서 개인적으로 프리다이빙 운동을 통해 이를 깨트려보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이지 운동을 시작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하는 운동임을 알게 되었고 이제는 예전과 다르게 조금 더 나만 생각하고, 내가 나를 먼저 돌보고 위하며 나름대로 용기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고 있는 프리다이빙은요 물속 깊이 내려가서는 정말 나만 생각하고, 내가 어떻게 결정을 내릴지만 고민하게 됩니다. 숨을 쉬기 위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갈 것인지, 아니면 내 몸을 다스리고 더 깊은 곳까지 내려가 깊은 바닷속 세상을 느끼고 상승할지 끊임없이 나와 대화를 시도하는 운동이랍니다. 정말이지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거 아세요? 바다에는 중성부력층이 존재한다는 것. 무중력 상태가 되어 물속으로 가라앉지도 떠오르지도 않는 신기한 현상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이 있는데요. 사람의 무게마다, 장비의 무게마다 다르지만 저는 15-16m 중성부력층을 지나면서부터 핀을 차지 않고 몸을 정지한 상태에서 중력에 나를 맡기고 몸이 지구 중심으로 내려가는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눈을 감고 압력을 맞추기 위해 이퀄라이징을 계속하면서 한참을 내려가면 안전상의 이유로 레벨에 맞게 줄이 내려져있기에 손목에 찬 랜야드가 줄의 끝에 걸려 제동이 걸리면 비로소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봅니다. 제가 내려가 본 바닷속 깊이 30~40m 물속은 정말 고요하면서도 상승하기 전 잠시이지만 이 대자연을 바라보고 있자니 참 오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자꾸 그곳을 가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도 한 번쯤 꼭 경험해보면 좋겠습니다.
나를 알아가는 중에 내면의 나와 이렇게 많은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운동이 또 있을까요? 정말 배우길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나약한 제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할지 앞으로도 정말 기대됩니다. 코로나가 끝나면 앞으로도 믿을 수 있는 버디와 함께 먼바다에서 더 깊은 곳까지 갈 수 있도록 해봐야겠습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