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번째 이야기
얼마 전 의도치 않게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게 되었다.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여러 지인들의 도움으로 인해 생활 속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들의 행동, 즉 '배려'라는 단어가 부여하는 의미가 참 뜻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나 학교생활을 거치며 좋은 사람들을 사귀고 함께 하며 긍정적인 기운을 받는 건 참 감사한 일이 아닌가. 그러던 중 직장 동기 중에 한 명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더라. ‘요즘은 그저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편하고 좋다고, 타인과 함께하는 게 귀찮은 게 더 많더라’ 물론 바쁘고 치열하게 사는 직장인의 삶 속에서 겪는 상황들 때문에 자신만의 사고방식이 정립되었겠지만 그래도 나는 적절한 선을 유지하며 타인과 함께하는 삶을 권유했다. 나를 살게 하는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가까운 지인들과의 관계나 혹은 작은 모임과 같은 공동체 그룹 속 관계에서 조그마한 가치를 발견하고 또 표현하려고 애쓰고 있다. 간혹 나의 삶에 있어 내 길을 타인보다 먼저 걸어가기 위해 상대방에게 무관심할 때도 있었을 것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 비추어볼 때 조금 더디게 갈지라도 함께하는 사람의 손을 잡아주며 같이 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었을 때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사회적으로도 모두가 함께 극복해야 할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생각이 든다.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거나,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겨냈으면 좋겠다.
요즘 언론 및 방송 보도자료를 살펴봐도 심심치 않게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과 다투거나 심지어 방화와 살인까지 범하는 현상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할 수 있다. 층간소음 문제뿐이 아니다. 주차문제 또한 이웃 사이의 주요 갈등 요인들 가운데 하나인데 좁은 골목길에서의 주차문제로 갈등을 겪다가 홧김에 흉기로 이웃을 살해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런 현상들이 밑바닥에는 서로 공감하지 못한 채 분노를 폭발해버리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들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있는 건 아닐까? 결국 이웃을 배려하여 작은 손해나 희생도 감수하지 못하고, 상대를 용서하기보다는 순간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여 일어난 일들이다. 이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건축가의 시각에서 많은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 좋은 설계와 시공법 및 재료의 발견을 통해 사람들이 살기 좋은 주거 환경 및 도시체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내가 긋는 선 하나에 많은 생각을 해본다.
Note
나의 입장과 내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먼저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서로를 챙기는 모습이 예쁜 사람들을 알아 간다는 것이 또 다른 인생의 즐거움이 되고 있는 요즘입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