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와 코알라의 나라에서
호주의 동물에 대해서 배우는 시간이 있었다. 호주는 대륙과 떨어져서 오랜 시간 홀로 있었던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들도 유럽과 아시아에서 볼 수 없는 이곳에서만 나고 자라는 동물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코알라와 캥거루. 우리나라 동물원에도 이제는 캥거루는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코알라는 유칼리툽스 잎만을 먹고 자라며 하루에 20시간 정도를 잠을 잔다고 하는데 비행기를 태워서 영국으로 보냈는데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코알라만은 오롯이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 중 하나이다.
천적이 없이 살아와서 야생 동물들마저도 너무나 순한 호주의 동물들은 개척민들이 데리고 온 토끼, 고양이, 개, 여우들이 너무 잘 적응해 번식하면서 그들의 서식처를 잃고 그 수가 줄어들고 있어서 호주 정부에서 동물 수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호주의 현지 동물에 대해서 무지한 사람이라도 호주에 왔다면 코알라와 캥거루를 마음껏 보고 싶은 것이 관광객의 마음.
시드니 시내에 있는 와일드라이프 월드(Wildlife world)동물원는 대부분의 동물들이 철창 안에 있어서 에버랜드나 서울동물원을 갔다 온 사람이라면 실망일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시내에서 페리타고 가면 있는 타롱가주Taronga Zoo는 실제로 다녀온 연수생들의 의견은 괜찮았다 함. 멀리 가지 못한다면 타롱가주를 추천). 그리고 호주 현지에 살고 있는 한인 2세 대학생이 코알라와 캥거루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으로 패더데일 동물원(Featherdale Wildlife Park)을 추천해 주었다. 다이엘라 교수님 역시도 이 곳을 추천했다. 그러나 가는데 학교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리고 마치는 시간이 5시이기 때문에 평일에 가보기에는 조금 힘든 곳이었다. 주말을 이용하면 하루를 온전히 보내야 하는 상황.
그런데 모험을 즐기는 연수생의 한 남자 선생님이 주말을 끼어서 3일 동안 렌터카를 빌렸다. 우리나라처럼 핸들이 왼쪽도 아니고 오른쪽에 있는데 그리고 시드니 시내의 교통은 사실 좀 복잡한 편이다. 잘못 하면 역주행 하기 십상인데 차를 빌렸다!!! 아마 누가 시켰다면 못했을 일이겠지만 나와 동료 선생님 3분 더 그 차를 얻어 타고 편히 동물원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금요일 오후 비가 오기 시작하는 시드니 거리를 지나 우리는 패더데일 동물원 구경을 나섰다. 도착하니 이미 4시. 마치기 1시간 전이라고 하는데 다음에 와서 제대로 볼까 망설이다 그냥 우산을 쓰고 들어가 보기로 했다. 들어와서 둘러보니 성인에게는 한 시간으로도 충분히 관람할 수 있는 동물원 이였다. 규모는 내가 생각한 것만큼 넓지 않았다. 들어가자마자 코알라 우리가 보이고 비가 와서 그런지 관람객들도 거의 없었다. 웅크리고 유칼리툽스 나무에 끼여서 자고 있는 코알라를 본 순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작고 귀여운 몸뚱이란. 정말 아기가 자고 있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한 우리 안에 3~4개의 나무가 있고 한 나무마다 코알라가 있었다. 거의 다 자고 있는데 코알라를 가까이에서 보고 사진 찍을 수 있는 코알라도 있어서 우리는 줄을 서서 코알라와 사진을 찍었다. 사육사가 한 번 찍었으면 다음 사람을 위해 더 있지 말고 나가라고 재촉했다. 타당한 이유이다. 원 없이 그 옆에서 찍는다면 코알라가 너무 힘들었을 테니깐. 아무튼 순하게 나와 사진을 찍어준 코알라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코알라 외에도 코알라 우리가 많아서 얼마든지 자고 있거나 풀을 먹고 있는 코알라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동물원에는 작은 캥거루의 일종인 왈라비(Wallaby), 웜뱃(Wombat), 타시마니안 데블(Tasmanian Davil), 호주 두루미인 브롤가(Brolga), 진돗개를 비슷한 야생 개 딩고(Dingo) 등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왈라비는 우리 밖에 나와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서 만질 수도 있었다. 비가 와서 너무 아쉽기는 했지만 귀여운 코알라를 마음껏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다음날은 블루마운틴을 한인 여행사를 통해서 다녀왔는데 블루마운틴 옵션에 있던 동물원은 코알라 한 마리를 보여주고 코알라 파크라고 하는 이 말도 안 되는 동물원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이제 캥거루를 마음껏 보고 싶은데 시드니 근교로 나가면 모리셋파크(Morisset Hopital Psychiatric Services) 라고는 곳에 야생 캥거루가 많이 있어서 먹이를 주면 사람에게 가까이 와서 만질 수 있다고 해서 우리도 도전적인 렌터카 오너에게 같이 가면 안 되겠냐고 부탁해서 일요일은 모리셋 파크를 가게 되었다. 모리셋 파크는 모리셋 정신병원 근처의 넓은 들과 숲이 우거진 공원이었다. 들어가기 전에 큰 도로에 콜스(Coles)가 있기 때문에 거기 가서 당근이나 바나나, 청포도 등 캥거루가 좋아하는 것을 사서 가면 된다. 가보니 대학생 같아 보이는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내려서 멀리서부터 걸어오기도 하고 자기 차나 렌터카를 빌려서 오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여러 블로그에서 당근을 가져가라는 말을 듣고 가져갔으나 당근은 이미 옛날이야기. 무리에 있는 캥거루 들이 무슨 먹이인가 보다가 당근이다 싶으면 뒤도 보지 않고 그냥 가버린다. 우리는 당근의 실패에 최근 블로그를 참고해야 했다고 한탄했다.
모리셋 파크의 캥거루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나나였다. 그러나 이것도 배가 부르니 더 먹지 않고 들고 있는 쿠기나 식빵을 달라고 한다. 아무거나 주면 안 된다고 하던에 이제는 관광객을 많이 만나서 그런지 캥거루들도 먹는 곳을 고른다. 그렇지만 원숭이처럼 달라고도 바나나를 가지고 가지도 않는다.
배탈 날까 걱정이 되면서도 사진도 찍고 싶고 만져보고 싶은 마음에 달라는 것을 조금 주면서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정말 야생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훈련받고 오나 싶을 정도로 덩치는 큰데 순하게 해서 바나나 받아먹고 사진 같이 찍고 인간이 캥거루 탈 쓰고 팬서비스하는 것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파크도 정말 자연 친화적인 내추럴한 파크에 캥거루까지 마음껏 볼 수 있어서 정말 너무너무 좋았다. 그리고 충분히 먹었다고 생각하면 그냥 간다. 다시 가족들과 온다면 모리셋 파크는 정말 꼭 다시 오고 싶다. 그러려면 차를 빌려야 하는데. 아직까지 운전대가 다른 차를 운전하는 것은 모험 중에 모험이 아닐까 생각된다.
다음으로 포트스테판으로 이동. 하와이의 모래가 바람을 타고 넘어와서 사막을 이루었다는 곳인데 해안가 옆에 사막처럼 넓은 모래 언덕이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는 낙타 타기 체험, 샌드 보딩, 오토바이 등을 탈 수 있는 체험 코스가 있는데 원래는 포트스테판에서 샌드 보딩 할 생각이 없어서 그냥 가격을 물어보러 갔는데 1인당 한 시간에 25불인데 이제 마칠 때가 다 되어서 20불이란다. 우리 세 명 중 두 명은 하고 한 명은 구경만 하겠다고 했는데도 40불에 그냥 콜. 그렇게 우리는 샌드 보딩 업체의 차를 타고 모래언덕 중간에 가서 샌드 보딩을 정말 원 없이 탔다. 한인 여행사의 포트스테판 패키지로 가서 샌드 보딩 5번 탄 것이 가장 많이 탔다고 하는데 우리는 제한 시간 안에 얼마든지 더 탈 수 있는 것이라서 언덕을 올라서 타고 또 타고. 본전은 뽑은 것 같다. 아 렌터카를 빌리는 것이 이렇게 좋은 거구나.
포트스테판을 뒤로 하고 마지막으로 시드니로 넘어오기 전에 뉴 캐슬(New Castle) 비치에 내려 등대까지 걸어갔다. 여기도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구나. 그런데 왠지 바람이 모래를 싣고 온다고 해야 하나. 하늘도 뿌연 것이 모래 바람이 날아오는 이 곳에는 못 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시드니 만한 곳도 없는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시점, 아이들을 위한 기념품으로 캥거루 가방과 코알라 인형을 고르고 골라 샀다. 받고 좋아할 아이들을 상상하며 샀지만 막상 아이들을 별 흥미가 없어 보였다. 그리고 볼 때마다 그곳에서 만난 캥거루와 코알라를 생각나게 하니 그것은 아이의 선물을 가장한 나의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