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by 윤타

멋진 분수를 본 적이 있다. 그 분수는 일본에 있고 하루에 2번 ‘활동’한다. 그 시간에 맞춰 갔다. 거대한 원형 콘크리트 건축물이었다. 시간이 되자 웅장한 기계음이 들리면서 바닥부터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물은 점차로 일렁거리는 거대한 파도가 되었고 기계음은 파도 소리에 덮였다. 큰 파도가 치는 바닷가에 있는 것 같았다.


거대한 물덩어리는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높게 솟아올랐다. 물덩어리는 다양하게 모습을 바꾸면서 어느 시점부터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거대한 분수 안을 꿈틀대던 물이 마침내 깔끔하게 사라졌고 사방이 조용해졌다. 마치 한 생명체(자연)의 삶 전체를 ‘구경’ 한 것 같았다.


이 분수를 디자인한 사람은 대단하다. 한 생명체의 삶을, 자연 그 자체의 생성과 소멸을 표현하고 ‘재현’했다. 일본에는 이런 멋진 분수가 있구나, 한국에는 없지만 일본에는 이런 멋진 분수를 디자인한 사람이 있고 이를 실제로 제작할 수 있는 기술과 시스템이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이 멋진 분수를 보고 감동을 했고, 두 ‘나라’를 비교했고, 분수 디자인(콘셉트, 스토리, 외형)을 분석하고 평가했다. 이런 분수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도 생겼다.


그러다가 문득 진짜 바닷가의 파도 앞에서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떠올렸다. 진짜 파도 앞에서는 그럴듯한 것을 만들고 싶은 욕망을 갖게 되거나, 나라를 ‘비교’하거나, 디자이너나 건축물을 ‘분석’하거나 ‘평가’하는 짓 같은 것을 하지 않는다.


순간 그 멋진 분수가 인간의 욕망 덩어리로 보였다. 그럴듯하고 쓸모 있는 것을 만들어야만 한다는 욕망. 쓸모없는 것을 쓸모없다 치부하며 솎아내려는 강박 같은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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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더욱더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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