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게임이라지만

by 윤타

<블랙홀 전쟁> 레너드 서스킨드. 책 후기.


스티븐 호킹은 블랙홀이 ‘증발’하면서 정보가 손실된다고 주장했고, 이 책의 저자 레너드 서스킨드는 이에 반대했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이론을 주장하는 물리학자들의 논쟁을 다뤘다. 결론을 말하자면, 호킹이 자신의 이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논문으로 발표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 논문은 학술논문답지 않게 위트 있게 끝난다.


이 책에 나온 <홀로그래피 원리>가 무척 재미있다. 이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1. 공간의 한 영역에 집어넣을 수 있는 정보의 최대량은 그 영역의 ‘부피’가 아니라 ‘넓이’와 같다.


2. 세상의 모든 정보 조각들은, 뭔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우주의 경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어주 먼 곳에 저장된다.


3.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은하, 별, 집, 그리고 사람들로 가득 찬 우주 같은 3차원 세계는 2차원 표면에 부호화되어 있는 것에서 생긴 영상일 뿐이다. 홀로그래피 원리라고 하는 이 새로운 물리법칙은, 공간의 어떤 영역에 있는 모든 것을 그 경계면에 묶여 있는 정보 조각으로만 기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4. 공간의 한 영역에 최대한으로 집어넣을 수 있는 정보 조각의 총량은 그 경계면에 채워 넣을 수 있는 플랑크 크기 ‘픽셀’의 수와 같다.


상상력을 발휘해서 ‘공상’을 해 보면, 우리는 모두 ‘홀로그램’이다. 우주의 끝은 2차원 경계면인데 그곳에 우리의 모든 정보가 기록되어 있고, 그 경계면에서 거대한 홀로그램 프로젝터로 우리를 투영하고 있다.


우리는 3차원 복셀(voxel, 부피낱)이 아니라 2차원 픽셀(pixel, 화소, 그림낱)이다.


우리가 어떤 지적 존재의 유희를 위해 ‘개발’된 게임 캐릭터들이라고 생각하면, ‘부당함’으로 꽉 차 있는 이 세상이 이해된다. 평화롭기만 하면 ‘재미’가 없다.


프로젝터의 시작점인 우주의 경계면(하늘)을 쳐다보면서 한 마디 튀어나온다.


“이봐요.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좀 너무한 거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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