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자국과 황색 자국
자주 지나는 길이 있다. 조금 일찍 나가면 그 길 곳곳에 개똥이 있다. 전날 밤 개와 산책 나온 이들이 남긴 흔적이다. 인간들은 환한 낮과는 달리 어두운 밤에는 ‘대담’해진다.
이 길을 지날 때는 주로 땅을 쳐다보면서 걷는다. 길바닥의 둥그런 검정 자국과 황색 자국들을 피하기 위해서다.
검정 자국은 껌이고 황색 자국은 개똥이다. 검정 자국은 대체로 둥그렇지만 황색 자국은 길게 늘어난 모양들이 많다. 누군가 개똥을 밟고 땅에다 신발을 ‘닦은’ 흔적이다. 전철역이나 유흥가에 가까울수록 이 흔적들이 많아진다.
15년 전에 프랑스에 간 적이 있었는데, 아름다운 구 도심의 길거리에 '의외로' 개똥들이 많이 보였다. 개 출입금지 표지판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이 지역 사람들은 개를 많이 키우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에 비례해서 개똥을 치우지 않는 이들도 많은 것 같다.
어떤 자료를 보니, 소위 ‘선진국’의 척도가 되는 특징 중 하나인 이른바 ‘선진국 지수’ 중에 ‘연쇄 살인범’이 있었다. 꽤 인상적이었다. ‘선진국’의 특징 중 하나가, 분노나 생계를 위한 범죄가 아닌 ‘쾌락’을 위한 범죄가 증가한다고 한다. 거칠게 말하자면 먹고살만해지니 ‘쾌락’을 추구하는 인간들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쾌락을 추구하는 범죄도 그에 비례해 늘어난다는 것이다.
소위 ‘선진국’이란 단어가 어떤 인간들에게는 꽤 매력적인 모양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선진국’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인간들이 많은 지역일수록 '선진국'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