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전 10시가 조금 지났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은 보행자 전용 산책길로 조성된 것 같다. 전동킥이 이 길을 지나면 과태료가 5만 원이며, 자전거는 내려서 끌고 걸어가라는 안내 현수막이 보인다.
이 현수막이 이 길 곳곳에 설치된 이후로 전동킥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자전거는 여전히 쌩쌩 달린다. 옆에 있는 도로보다 이 길이 자전거 타기가 더 편하고 ‘안전’ 하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안전하지만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그 자전거 때문에 ‘안전’을 마음껏 누리며 걷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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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대 정도로 보이는 한 남자가 종이를 가득 실은 리어카를 힘겹게 끌면서 이 길을 지나간다.
같은 나이 또래로 보이는 한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그 옆을 지나간다. 자전거는 비싸 보이고, 자전거 헬멧과 복장도 전문적으로 잘 차려입었다.
이 길이 넓은 편은 아니라서 그 리어카와 사람이 지나가면 자전거는 마음껏 달릴 수 없다. 비싼 자전거를 탄 남자가 잔뜩 짜증난 표정을 지으면서 리어카를 끄는 남자를 쳐다보면서 지나간다. 물론 자전거를 탄 채로.
리어카와 자전거 둘 다 이 길에 없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리어카는 적어도 위협적이지는 않다.
이 길에는 ‘생존을 위한 리어카’와 ‘즐거움을 위한 자전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