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설과 공감력

by 윤타

감상 후기. <하지 무라트> 레프 톨스토이.


이 소설에서 러시아의 황제 니콜라이는 다음처럼 묘사된다. 1912년 판에는 검열로 인해 니콜라이 1세에 대한 부분이 일부 삭제된 채 발표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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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데 익숙했고, 그런 모습을 보면 늘 즐거워했으며, 때로는 두려움에 질린 사람들에게 뜻밖에 다정한 말을 건네서 그들을 더욱 놀라게 하는 것도 좋아했다.”


“니콜라이는 자신의 전략적 재능에 대한 찬사에 무척 기분이 좋아졌다. 자신에게 그런 재능이 있다고 자부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알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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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묘사에서 어떤 이가 떠올랐다. 그는 젊은 나이에 한 ‘회사’를 물려받았다.


그 회사의 이미지는 ‘젊은이’가 ‘오너’인 것이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가 ‘회사의 오너’라는 것을 알게 되면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그 반응을 즐겼고 일부러 더 소탈한 복장과 말투와 행동을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행동이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다.


그리고 그는 니콜라이 1세처럼, 자신이 능력이 있다는 것을 주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지만 자신의 능력에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는 회사의 독서 문화를 널리 퍼트리겠다는 이유로 사내 게시판에 자신이 ‘본’ 유명한 인문, 철학, 사회과학, 자기 개(계)발서들을 소개하면서 자신이 책을 많이 ‘본’ 다는 것을 알렸다. 그중에 소설은 없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지식도 얻지만 그보다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과 생각, 감정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된다. 좋은 소설을 많이 읽으면 남과 공감하는 능력이 더 커지는 것 같다.


‘니콜라이 1세’나 그 ‘회사의 젊은 오너’처럼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이 힘들고 어색한 이들에게는 ‘좋은 소설’이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좋은 만화’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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