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죽음의 가면극> 에드가 앨런 포.
작년 이맘때 팬데믹이 터지고 나서 예전에 봤던 팬데믹 관련 소설과 영화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까뮈의 <페스트>는 읽는 내내 더욱 숨이 막혔고, 영화 <컨테이젼>에 묘사된 과학적인 리얼리티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에드가 앨런 포의 단편 <붉은 죽음의 가면극>이었다. 중학교 때 읽었을 때는 그저 ‘재미’ 있는 괴기 소설이었는데 거의 35년이 지난 지금 다시 ‘보니’ 무척 ‘아름답다.’
‘붉은 죽음’은 당연히 흑사병에서 가져왔는데 ‘적사병’이라고 번역한 책도 있다. ‘붉은’ 색의 강렬함이 죽음을 더욱 시각적으로 음울하게 강조한다.
특히 중학교 때는 인상적이지 않았던, (전혀 기억나지 않는) 일곱 개의 방에 관한 묘사는 시각적인 것을 넘어, (뒤샹의 표현을 빌어) ‘망막적’이다.
일곱 개의 방은 모두 다른 색으로 되어 있고 그중 마지막 방의 묘사는 다음과 같다.
“일곱 번째 방은 천장에서부터 벽 전체에 검정 벨벳 융단이 걸려 있었고, 그 큰 주름이 같은 소재와 색상의 카펫 위에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 방에서만은 창의 색깔이 방의 장식과 일치하지 않았다. 창은 진홍색이었다. 붉은 핏빛이 도는.”
나머지 방과 ‘다른’ 이 마지막 일곱 번째 방에서, 자기들만 잘 살겠다는 이기적인 인간들은 클라이맥스(붉은 죽음)를 맞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