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와 소통

by 윤타

새로 이사 온 옆집 젊은 남자가 또 현관문을 세게 닫고 나갔다. 집중해서 글을 쓰다가 그 소리에 놀라서 작업 흐름이 끊어졌다.


1주일 전에 사정 설명을 하고 문을 조금만 살살 닫아 달라고 부탁했었다. 며칠은 조용했지만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습관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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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대학 수업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개인 컨펌 시간이라 다른 학생들은 대기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학생이 문을 좀 세게 닫고 나갔다. 조용한 실기실에 문소리가 크게 울렸다. 섬세하지 못한 학생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소리를 듣지 못하는 학생이었다. 그렇게 된 지 오래되지 않아 아직 장애가 익숙하지 않았다. 수업 내용을 타이핑해주는 도우미 학생이 있었고 개인 컨펌은 필담으로 나눴다. 그 학생은 열심히 잘했고 소통도 잘됐다. 종강할 때 이 수업이 너무 좋았다는 친절한 메모도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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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진 국가에서는 그 나라 말을 잘 못하는 이민자도 장애인에 포함되어 지원받는다고 한다. 합리적인 것 같다. 언어가 달라서 소통이 힘든 것은 청각장애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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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쾅쾅 닫고 다니는 옆집 젊은 남자는 나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소리도 잘 듣는다. 하지만 나와 소통하지는 않는다.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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