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느 베이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순수하게 사랑하는 일, 그것은 거리를 두는데 동의하는 일이다. 자기 자신과 사랑하는 것 사이의 간격을 더없이 사랑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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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글을 읽다가 문득 ‘간격’보다는 ‘공간’이 더 어울리는 단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의외로 아이작 뉴턴 이전에는 ‘절대 공간’이 아닌 ‘상대 공간’이 더 보편적인 개념이었다고 한다. 뉴턴의 ‘절대 공간’은 우리가 지금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그 개념이다. 좌표로 정확한 위치를 측정할 수 있는,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이다.
뉴턴 이전의 공간 개념은 이와 다르게 반드시 두 물체(존재)가 있어야 한다. 공간은 상대적 개념이기 때문에 물체가 하나만 있다면 공간은 측정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지금 관점으로는 이 개념이 더 어색하다. 하지만 현대 물리학은 공간과 시간을 합친 시공간을 상대적 개념으로 다루고 있다.
‘자기 자신과 사랑하는 것 사이의 공간’
‘사랑하는 것’은 연인이나 친구일 수도 있고, 혹은 소중한 물건, 아니면 명예나 평화 같은 추상적 개념일 수도 있다. 둘 사이에 거리를 두는 것에 동의하고 둘 사이의 간격(공간)을 사랑한다는 말은 두 존재를 모두 공평하게 존중한다는 의미 같다. 어느 한쪽이 위에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욕망이나 욕심일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음악을 사랑한다면 나와 음악 사이에 거리를 두고, 그 간격(공간)을 사랑하는 것이 음악을 더없이 사랑하는 일이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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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어쨌든 모든 존재의 관계에는 거리(간격, 공간)가 필요합니다. 물론 이런 아름다운 표현과는 달리 그저 거리를 저 멀리 두고 싶은 인간도 있습니다.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굳이 자신의 지식을 알리려는 댓글을 쓰는 이들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