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동자의 하얀 입김

by 윤타

이른 아침이었다. 어느 작은 지방 도시의 작은 다리 위에 출근하는 자동차들이 다닥다닥 붙은 채 줄 지어 서있었다.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 느릴 정도로 도로는 꽉 막혀 있었다. 빨리 가는 것을 포기하고 라디오를 켰다. 쇼팽의 녹턴이 흘러나왔다. 음악을 들으며 천천히 밖을 구경했다. 막힌 차들 옆에 있는 갓길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남자 세 명의 뒷모습이 보였다.


자동차 계기판을 보니 밖은 영하 7도의 추운 날씨였다. 다들 털모자를 쓰고 솜으로 누빈 두꺼운 바지를 입었다. 낡은 배낭을 짊어지고 바삐 걸어가는 것으로 봐서 작업 현장으로 가는 노동자들인 것 같다.


때 마침 그 남자들이 가는 길 앞쪽에 해가 뜨고 있었다. 날씨는 맑은 편이었는데, 하늘에 살짝 걸쳐져 있는 구름 사이를 뚫고 햇빛이 선명하게 직선으로 갈라져 퍼져 나왔다. 남자들은 그 햇살을 정면으로 받으며 거침없이 걸어갔다. 그 광경이 묘하게 아름다웠다.


세 남자는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었다. 옆사람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할 때 활력 있는 미소를 짓고 있는 그들의 얼굴이 살짝 보였다. 그들 머리 옆으로 흘러나오는 하얀 입김 세 줄기가 선명하게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들의 하얀 입김과, 가만히 줄 지어 서있는 자동차들의 머플러에서 내뿜는 하얀 연기가 오묘하게 대조를 이뤘다. 이 작은 도시의 작은 다리 위에, 수많은 차들은 조용히 차갑게 죽어 있고, 그 세 남자들만 펄떡펄떡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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