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지나다니는 길에 현수막 하나가 걸려 있다. 이렇게 쓰여 있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 비둘기가 스스로 먹이를 찾아 생태계의 당당한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 길’은 ‘보행자 전용도로’다. 이 길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면 과태료가 나온다. 자전거도 내려서 끌고 가야 한다. 도시에는 이런 길이 드물다. 그래서 조금 돌아가더라도 이 길을 주로 이용한다. 물론 이 길에서 전동 킥보드와 자전거를 타는 인간들도 있다.
이 길을 걷다 보면 비둘기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의의로 많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어떤가 생각한다. 무서워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도시의 비둘기는 파리처럼 유용한 생명체라고 생각한다. 비둘기는 파리처럼 길거리에 떨어진 유기물을 처리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비둘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 길’에 연결된 인도가 하나 있다. ‘이 길(보행자 전용도로)’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이 인도를 지나야 한다. 이 인도를 지날 때마다 비둘기 수 십 마리가 떼 지어 바닥을 쪼고 있는 모습을 본다. 다른 길에는 한두 마리만 있는데 유달리 이 인도에만 비둘기가 많다. 비둘기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여기를 지날 때는 기겁한다. 나 역시 좀 불편하다. 비둘기들이 퍼덕대며 일으키는 흙먼지에 눈이 따끔할 때도 있고, 비둘기 떼가 점거한 인도를 피해 차도로 내려가기도 한다.
*어느 날, 왜 그 인도에만 비둘기들이 몰려 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날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나왔다. 웬일인지 그 인도에 비둘기가 한 마리도 없다. 저 앞에 70대 정도로 보이는 한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이쪽으로 오고 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뭔가 이상하다.
수십 마리의 비둘기들이 그 남자를 따라 날고 있다. 남자는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그 인도 바닥에 과자 부스러기 한 봉지를 통째로 뿌린다. 그 남자를 뒤따라 날아오던 비둘기 떼는 그곳에 내려앉아 연신 바닥을 쪼아 댄다.
비둘기들은 자신에게 먹이를 주는 그 노인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저 정도면 ‘각인’ 수준이다. 노인은 자신이 준 먹이를 비둘기들이 열심히 먹는 광경을 잠시 지켜보더니 다시 자전거를 타고 ‘보행자 전용도로’로 간다.
그 모습을 보고 <백설공주>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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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는 고귀한 신분이었지만 사악한 계모 왕비의 핍박으로 허드렛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백설공주는 이에 굴하지 않습니다. 일을 마치면 새들에게 모이도 줍니다. 백설공주는 착하고 예쁘기 때문에 많은 동물들이 백설공주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