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윤타

어느 날 갑자기, 난데없이, 거울 속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평소에는 머리카락이 뜨지 않았는지 얼굴에 뭐가 묻지 않았는지 정도의 기본적인 것들만 스쳐 지나가면서 확인하곤 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세월이 얼굴 구석구석에 깃들어 있다. 문득 <모죽지랑가>가 떠올랐다.


"간 봄 그리워함에 모든 것이 서러워 시름하는데 아름다움을 나타내신 얼굴이 주름살을 지으려 하옵내다."


작품 설명은 다음과 같다.

득오가 죽지랑을 사모하여 지었다는 노래. 죽지랑의 아름답던 모습이 쇠함을 바라보는 득오의 낭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의 정서가 작품의 주된 정조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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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였습니다. 대학 정문 앞 횡단보도에 신호를 기다리며 서있었습니다. 갑자기 대학 부속여고 교복을 입은 한 여고생이 내 앞에 우뚝 서더니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너, 내가 찜했어"

툭 던지듯 이 말을 하고 나서 그 여고생은 함께 온 친구들과 까르르 웃으며 군중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 포스팅을 보는 분들의 식욕을 떨어트려 죄송합니다만 이 사건은 환각이나 착각이 아닌 실화입니다.)


거울 속을 들여다보니 찜 당한 그 생명체는 이제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호, 애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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