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선 이야기 1-1.

by 윤타

이것은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같은 것이 아닌 실화입니다. 기억 오류와 약간의 과장이 첨가되었습니다. 약간. 살짝.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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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2학년 때로 기억한다. 교양 과목으로 '여가생활과 레크리에이션'을 들었다. 간단한 사교댄스를 배우는 과목이다. 기말고사 시험은 정확한 동작으로 파트너와 춤을 추는 것이었다.


교수님은 젊은 여성이었는데 머리카락이 긴 남자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싫은 정도가 아니라 혐오하는 듯) 머리를 풀어헤치고 허리까지 길게 늘어뜨린 채 춤추는 나를 보더니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예전에 이 수업을 수강했던 한 남학생 얘기를 꺼냈다.


그 남학생은 기말시험에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왔는데 그 정성과 태도가 훌륭해서 A+를 줬다며 사교댄스의 복장 매너를 강조했다. 그 말을 하면서 봉두난발 긴 머리에 구겨진 남방을 대충 입은 나를 마뜩잖은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미리 말하자면, 나는 결석과 지각이 한 번도 없었고 정확한 동작으로 기말 시험을 치렀다. 하지만 성적표에는 C가 찍혀 있었다.


수업 첫날이었다. 강당 한쪽에는 여학생과 남학생이 비슷한 비율로 섞여 있는 미대생 무리들이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머리 짧은 남학생들 무리가 상기된 표정으로 우리 쪽(미대생 무리)을 흘끔흘끔 쳐다보고 있었다. 뭔가 우리와는 다른 종족 같았다. 공대생들이라고 했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이 수업은 공대생들에게 선망의 과목이었다고 한다.


여학생과 남학생이 교대로 파트너를 바꾸며 원형으로 돌아가는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몇 번을 돌다가 한 여학생과 파트너가 되었다. 그 여학생은 나와 파트너가 되자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교수님처럼 머리 긴 남자를 싫어하는 모양이다. 혐오의 표정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지만. 뭐, 할 수 없지. 머리 긴 남자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서 이런 반응에 익숙하다. 그 여학생은 적당한 키에 눈이 서늘하고 깔끔한 인상의 미인이었다. 학교에서 가끔 마주쳤었다. 같은 과 여학생으로부터 그 여학생이 ‘OO디자인과’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수업 시간에 그 여학생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 시선에 반응해 내가 쳐다보면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학기가 거의 끝나가던 어느 날, 학교 정문 건너편에 있는 서울신탁은행 앞 횡단보도에 섰다.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어 옆을 보니 그 여학생이 서 있었다. 신호를 기다리던 그 여학생이 머리를 살짝 돌리다가 옆에 서 있는 나를 발견했다. 순간 서늘한 두 눈이 동그랗게 커지면서 얼굴 표정이 확 변했다. 그 수업시간에 나와 파트너가 되었을 때 지었던 바로 그 표정이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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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이 이야기는 실화가 아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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