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Rosalyn Tureck 로잘린 튜렉.
우연히 유튜브에서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두 버전과 로잘린 튜렉의 연주를 들었다. 모두 '위대'하지만, 왠지 로잘린 튜렉의 연주가 조금 더 끌린다.
밀란 쿤데라는 악보에 이정표처럼 세워진 음표들을 보면서 뭔가 '죽음의 느낌'을 받는다고 썼다. 리듬 속의 음이 심장의 고동 소리로 느껴지며 그 소리가 삶의 시간이 측정되는 사실을 끊임없이 환기해 주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글렌 굴드의 연주는 변화무쌍하고 예상을 깨며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강한 마성이 있다. 그런 면이 무척 매력적이지만 뭔가 ‘발버둥'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쿤데라의 글을 읽고 나서 그런지 담담한 삶이라기보다 강렬한 삶, 혹은 더 나아가 죽음을 생각나게 한다.
반면 로잘린 튜렉의 연주는 글렌 굴드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편안하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여러 번 다시 듣는다면, 글렌 굴드의 연주를 1번 들을 때 로잘린 튜렉의 연주는 2~3번 듣고 싶다.
_
덧.
쿤데라는 록 리듬을 골치 아픈 원시주의라고 말하거나 바흐의 음악과 비교하여 좀 '낮은' 단계라고 말한 것을 보면, 록음악을 그렇게 좋아한 것 같지는 않다. (물론 나는 바흐보다 록음악을 더 좋아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