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01>
한 지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SF영화의 시놉시스를 끄적이고 있다는 나의 말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교양 물리학 책 한 두권 읽은 정도로 그게 가능하겠어?”
<10여 년 전 #02>
3~4명 정도가 모인 술자리였다. 누가 요즘 내 작업 근황을 물었다. 전문 프로그래머한테 코딩을 맡기는 것이 비효율적이라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서 직접 코딩해야겠다고 답했다. 그중 한 명이 이렇게 말했다.
“그냥 맡겨. 전공자도 아닌데 이제 시작해 봐야 코딩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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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의 경우>
알고 보니 교양 물리학 책 한 두권 읽은 것은 그였다. 그는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다.
<#02의 경우>
그는 코딩이 들어간 UI/UX 디자인을 학생들에게 가르친 경험이 있었다. 코딩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었다. 하지만 코딩을 할 줄은 몰랐다. 그 역시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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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문득 그때 생각이 나서 지금까지 읽은 교양 물리학 책을 세보았다. 24권. (그때는 10권 정도) 시놉시스는 4편 정도.
#02. 그때 이후로 조금씩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웠다. 전공자 정도는 못되지만, 필요한 기능을 위해 대충 조합하여 코딩하는 것 정도는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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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자신에게 말하는 사람’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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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데미안’의 한 문장. 싱클레어의 생각.
“나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지 않은 충고, 스스로도 아직 감당할 능력이 없는 충고를 다른 사람에게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