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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타 Aug 02. 2023

옆집에 보낸 쪽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붙박이장 때문에 방음이 잘 안 됩니다. 온 세상이 아직 잠들어 있는 고요한 아침에는 000호분의 코 고는 소리도 들립니다. 자주 피곤하셨나 봅니다. 당연히 이 소리는 괜찮습니다. 어차피 저도 일어나는 시간인 데다가 음량이 일정하게 유지되어 뇌를 자극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밤 12시~새벽 5시 사이에 들리는 말소리 때문에 자다가 깬다는 것입니다. 벌써 올해 6월에만 자다가 깬 적이 7번이네요. 


16(금), 17(토), 20(화), 24(토), 27(화), 29(목), 30(토) 

5월은 4번, 4월 3번, 3월은 2번입니다. (기록하고 있습니다)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조용한 새벽이라서, 대화 증 가끔(자주)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 그리고 신나서 억양이 높아질 때는 그 소리가 아주 잘 들립니다. 동네가 쥐 죽은 듯 조용한 새벽에는 심지어 그 내용도 들립니다. 각자 이름과 나이, 무슨 일을 하시는지, 낮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친구들이 왔는지.


주기적으로 자주 방문하는 (여자) 친구분은 성격도 쾌활하고 음악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씩씩하고 화통한 웃음소리가 끝나면 신나는 노랫소리가 들립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여자) 친구 분에게 안 좋은 일이 있었나 봅니다. 


예전에 옆집에 살던 분들 소리도 잘 들렸지만 모두들 ‘평범하게’ 밤에는 주무셨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없었습니다.


이사 오시고 나서 지난 2년간 귀마개를 끼고 잤습니다. 그런데 귀마개 후유증으로 귀에 염증이 생겨 이제는 귀마개를 낄 수가 없습니다. 원하시면 병원 진단서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방음 부스를 사신다면 제가 100만 원까지 보태 드릴 수 있습니다. 아니면 보통 사람들이 잠을 자는 밤 12시~아침 6시 사이에는 말소리를 조금만 낮춰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지난 3주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너무 힘이 듭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ㄱㅇㅂ님의 사과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사과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관심은 오직 밤에 자다가 깨지 않고 푹 자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런 글을 함부로 붙여서 제가 죄송합니다.


_

후기. 

이 쪽지를 붙이고 두 달 정도는 조용했다. 그와 친구들은 만나서 단순히 노는 것이 아니라 시차를 이용한 ‘일’을 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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