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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타 Aug 06. 2023

문득

문득 ‘한국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번역 투의 문체를 조금도 느낄 수 없는, 온전히 한국말로 된, 조금 오래된 한국소설을. 


몇 개를 고르다가 ‘박완서’의 소설을 골랐다. <나목 / 도둑맞은 가난>

1970년대에 발표된 소설이라 ‘조금 오래된’이라는 기준에 딱 맞다.


<나목>은 박완서가 40대에 처음으로 쓴 장편(중편에 가까운) 소설이다. 이 책에는 6편의 단편이 더 있다. 소설의 화자는 모두 6.25 전쟁 때는 갓 스무 살, 70년대 배경에는 마흔 살인 여성이다. 작가의 나이대와 같다. 


어떤 소설은 여성잡지 구독자가 좋아할 것만 같은 ‘재기 발랄’한 내용과 문장들로 차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전쟁과 산업화의 비극이 담겨 묵직하고 아리다. 중국 개혁시기의 농촌을 다룬 모옌의 소설이 연상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역시 ‘한국’ 소설이라 직간접으로 겪은 경험 때문에 박완서의 소설이 훨씬 더 몰입된다.


단편 <도둑맞은 가난>은 무척 좋았다. 확실히 요즘 소설과 다르다. 


“가을이라곤 하지만 노염이 가시지 않은 무더운 날, 방에 연탄불을 피워놓고 문틈은 꼭꼭 봉하고 네 식구가 나란히 죽어 있었다. 나만 빼놓고 자기들끼리만 죽어 있었다.”


‘나만 빼놓고 자기들끼리만 죽어 있었다.’라는 부분이 특히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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