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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타 Dec 12. 2023

과연 이긴 것일까.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후다닥 뛰어 들어왔다. 내 바로 왼쪽 옆자리에 앉아 한동안 가뿐 숨을 몰아쉬었다. 정말로. 간절하게. 앉아 가고 싶었나 보다. 


그런데 내 왼쪽 종아리가 뜨끈하다. 내 종아리와 그의 종아리가 밀착되어 있다. 그는 키가 큰 편도 아니고 살이 찐 편도 아니라서 나와 다리 길이가 비슷해서 종아리가 맞닿은 면적이 넓다. 맞닿은 면적이 넓으니 기분 나쁜 뜨끈함도 넓다.


나는 다리를 11자보다 살짝 안쪽으로 오므려 앉아 있다. 그럼에도 이 정도의 뜨끈함이 느껴진다는 건 왼쪽 남자가 다리를 좀 많이 벌렸다는 뜻이다. 나는 모르는 인간과 몸이 닿는 것을 싫어한다. 나는 보통의 이성애자 남성이지만 내 옆에 멋진 여성이 앉아 있더라도 몸이 닿는 것은 싫다. 내 다리를 좁혔다. 그런데 그 남자의 다리가 내가 양보한 공간을 넘어 내 다리에 또 닿는다. 안 되겠다.


앉아서 운동도 할 겸 다리에 힘을 꽉 주고 1초에 1mm씩 내 다리를 벌려나갔다. 5분 후쯤 드디어 그도 ‘불편한 뜨끈함’이 자신의 종아리에 꽉 밀착되는 것이 느껴졌는지 다리를 11자로 오므렸다. 음.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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