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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타 Jan 26. 2024

비과학적 과학적 현상.

‘오늘 대체 뭔 일이지’


아직은 어둑한 아침, 신호대기 중이었다. 오른편 인도에 패셔너블한 옷차림의 한 20대 남성이 좀비처럼 비틀거리며 내 차 바로 옆을 왔다 갔다 한다. 술에 취한 건지 약에 취한 건지.


이 좀비를 시작으로, 주행 중 비틀대며 차선을 넘어 내 차와 부딪힐뻔한 흰색 제네시스 SUV. 칼치기로 내 앞에 끼어든 흰색 K5(이 차종은 원래 그러려니). 넉넉한 거리를 확인하고 차선 변경을 위해 깜빡이를 켜자 급가속해서 차로를 막는 검정 그랜저 등. 평소에는 이 시간대에 한 번 정도 출현하는 빌런들을 오늘은 일곱이나 만났다.


하늘을 쳐다보고 나서 그 이유를 알았다. 커다란 보름달이 선명하게 떠 있었다. 평소보다 훨씬 크다.


보름달이 방출하는 부르츠파는 인간의 뇌신경호르몬을 자극하여 폭력적으로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보름달이 뜨는 날에는 범죄 발생 건수가 늘어난다. 보름달이 뜨면 늑대로 변한다는 늑대인간 민담은 그저 허황된 전설이 아니라 통계에 근거한 과학적 사실에서 나온 이야기인 것이다.


오늘은 보름달이 아주 큽니다. 다들 조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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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어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단편 <장인 뮈사르의 유언>을 읽었더니 이런 글이 써졌습니다. 세계와 인간이 모두 돌조개로 변한다는 환상적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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