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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타 Feb 24. 2024

'인생' 영화

‘인생 영화’, ‘인생 책’을 다룬 한 콘텐츠를 보고 나서.


인생 영화. 이 단어를 듣자마자 바로 하나가 툭 떠올랐다.  <인디아나 존스 - 마궁의 사원>.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인생 최고의 영화 혹은 가장 좋았던 영화 같은 것은 아니다. 그건 그저 내 인생에서 뚜렷하게 기억나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형과 나는 아직도 아이에 머물고 있었던, 사춘기가 오기 전의 중학생이었다. 우리는 이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다. 우리 둘만 극장에 갔던 적은 이 영화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둘 다 밖에 싸돌아다니거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도 굳이 이 영화를 보러 극장까지 간 이유는 첫 상영 관객 선착순 50명에게 인디아나 존스 티셔츠를 준다는 광고 때문이었다. 광고에 나온 티셔츠는 무척 예뻤다.


우리는 해가 뜨기도 전 컴컴한 새벽에 집을 나섰다. 극장에 도착하니 우리 앞에는 다섯 명밖에 없었다. 티셔츠를 받는 건 확실했다. 상영시간까지 두 시간이나 남았지만 티셔츠를 받을 생각에 기다리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그런데 점점 우리 앞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우리 앞의 인간들은 뒤를 돌아보며, 같이 온 친구가(또는 가족이) 먼저 왔는데 잠시 어디에 다녀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우리는 어찌할 줄 모르고 그냥 그런가 보다 생각하며 조용히 기다렸다.


조금씩 조금씩 우리 앞 줄은 길어졌고 어느덧 우리는 30번째 정도로 밀려나 있었다. 상영시간이 가까워지자 슬슬 고성이 오고 가기 시작했다. 스리슬쩍 새치기하는 인간들끼리 서로 시비가 붙었다. 우리는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우리는 티셔츠를 받았다. 거의 40번째였다.


우리는 그때 처음으로 ‘인생’의 침침한 일부를 확실하게 체험했다.


거의 40여 년 가까이 지난 후, 인천공항에서 입국할 때 이런 새치기를 한 번 더 당했다. 나중에 도착한 일행을 자신의 앞자리에 밀어 넣고 뒤를 돌아 나를 향해 배시시 웃던 중년 아저씨를 보며 <인디아나 존스 - 마궁의 사원>을 떠올렸다. 


_

덧.

<인디아나 존스 - 마궁의 사원>은 너무나 재미있었다. 보는 내내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렇게 숨도 쉬지 못할 만큼 재미있는 영화가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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