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옆 차선에 나란히 가고 있는 흰색 제네시스 SUV가 왠지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제네시스는 깜빡이를 켜지 않았다. 아마도 차선을 바꾸려는 게 아니라 그냥 운전 중 어쩌다 잠시 옆에 있는 내게 붙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제네시스는 자연스럽게, 당연한 듯이,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나를 밀고 내 앞으로 들어왔다.
나무늘보가 쥐를 잡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나무늘보가 쥐를 잡으려고 손을 천천히 내민다. 쥐는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나무늘보의 손이 가까워지자 바로 옆으로 쓱 피한다. 나무늘보의 손이 움직인 쥐를 향해 천천히 방향을 바꾼다. 쥐가 또 옆으로 피하고 나무늘보는 다시 쥐 쪽으로 손을 움직인다. 이 과정이 몇 번 반복되다가 마침내 나무늘보가 쥐를 턱 잡는다. 쥐는 나무늘보의 움직임이 너무 느려서 위험으로 인지하지 못한 것이었다.
나 역시 나무늘보에 붙잡힌 생쥐처럼 그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어, 어? 어?!! 어리바리하다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_
가끔 도로에서 나무늘보와 인간이 결합된 이런 괴이한 생명체들을 만나게 됩니다. 음. 한 달에 한두 번 정도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