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저씬 남자야, 여자야?

수영장에서 9

by 윤타

수영장 탈의실에서 대여섯 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또 시작이군.'

옆에 있는 아빠한테 묻는다.
"저 아저씬 남자야, 여자야?"
(탈의실은 밝지 않고 거리는 좀 떨어진 편이다.)

아빠가 남자라고 답하자.
"근데 왜 머리가 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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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포스팅을 봤다. 목소리가 여자처럼 가는 남자에게 택시기사가 시비조로 남자인지 여자인지 물어봤다는 내용이었다. 아이는 호기심이었을 것이고, 택시기사는 왜 남자가 목소리가 그 모양이냐는 시비였을 것이다. 아이 역시 시비(是非)에 가깝다. '아저씨'라는 호칭은 이미 남자임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아이는 시비(옳고 그름)를 따지고 있었다. 남자는 머리가 짧고 여자는 머리가 길어야 '옳은' 것이다.


그 아이와 그 택시기사는 남자는(여자는) 이래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이 확고했다.

예전에 어떤 포럼에서 한국 교과서 일러스트에 대한 얘기가 나온 적이 있다. 단란한 가족을 묘사한 그림이었다. 아빠는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다. 엄마는 싱크대 앞에서 설거지를 한다. 딸은 청소를 한다. 아들은 아빠 옆에서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놀고 있다. 남녀의 역할을 고정시키는 그림이다.

80년대 초에 한 외국의 교과서를 본 적이 있는데, 다양한 인종의 아이들이 함께 있는 일러스트로 채워져 있었다. 검은 머리, 금발머리, 빨간 머리 등 머리색도 다양했다. 공부를 하는 장면, 뛰어노는 장면에서도 어느 인종이, 혹은 어느 성별이 특히 한 분야에 집중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게 적절히 섞여 있었다.

관습과 교육의 힘이 무섭다. 만약 어떤 독재정부가 유아기 때부터 모든 남녀의 교복을 바지로 통일하고, 머리도 조선시대처럼 길게 길러서 따고 다니게 강제해야 비로소 남녀의 일부 고정관념이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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