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떠돌이 개 한 마리가 이곳으로 흘러 들어왔다. 잘 못 먹었는지 비쩍 말랐다. 몸엔 털이 하나도 없다. 피부병에 걸렸는지 앙상하게 드러난 피부는 거무튀튀한 회색빛에 우둘투둘하다. 얼굴은 주눅이 든 표정이 역력하다.
누구는 피부병이 아니라, 잡아먹기 위해 털을 태운 자국이 아닌가 짐작하기도 했다. 그랬다면 아슬아슬하게 도망친 것이리라.
안거나 쓰다듬기는커녕 보기에도 징그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곳 주인이 주는 밥을 먹고 자연스럽게 정착하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이곳에서 새끼를 낳고, 그 새끼들은 무럭무럭 자랐다. 어미와 달리 새끼들은 낯선 사람들도 아랑곳하지 않고 반갑다며 달려든다.
그 피부병 개는 여전히 주눅이 가득한 얼굴 표정을 짓고 햇빛이 비치는 한쪽 구석에 가만히 엎드려 쉬고 있다. 새끼들은 활달하게 그 어미개에게 달려들어 장난치고 연신 혀로 핥아댄다.
그 어미 피부병 개는 '여전히' 주눅이 든 표정으로 새끼들의 장난을 가만히 받아주고 있다. 이제 보니 저 표정 하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근 1년 만에 본 그 피부병 개는 예전과 달리 몸의 반을 가릴 정도로 다시 털이 났다.
이곳은 담이 없다. 담이 필요 없는 곳이다. 이곳에서 사는 이 개들은 따로 산책을 데리고 나갈 필요가 없다. 기분이 내키면 근처 수풀과 작은 산들을 돌아다니다가 들어온다.
이곳에 사는 개들이 꽤 행복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