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별로 소비되는 음악

by 윤타

1950년대 미국은 두 번의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으로 군수산업이 크게 발달하게 된다. 이후 유가가 폭등한 오일쇼크가 오기 전까지 10%대의 높은 경제성장을 지속한다. 전후의 경제적 번영 속에서 경제활동을 할 필요가 없이 부모에게 용돈을 받는 청소년층이 50년대에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노동자 계층 청소년들도 하루 몇 시간만 아르바이트를 하면 용돈을 벌 수 있었다.

노동의 의무에서 벗어난 청소년은 친구들이 사는 레코드를 사야 하고, 친구들이 입는 옷을 따라 입어야 하는 또래문화가 형성된다. 축음기, 레코드, 라디오 등 음악을 소비하는 제품을 넘어서 음악을 만드는 일렉기타의 판매량이 급성장하며 음악산업은 청소년과 청년 중심으로 커졌다. 한국은 80~90년대에 이르러서야 이런 또래 문화의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재즈는 도시의 음악이자 노동자의 음악이었다. 대공황 이전에는 가난한 노동자 흑인의 하위문화였던 재즈나 블루스가 기존의 보수적인 문화에 반발한 예술가, 작가 같은 젊은 지식인 신중산층에 의해 소비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90년대에 이르러 재즈나 블루스는 문화를 즐길 줄 아는 소위 '상류층'이 즐기는 음악 취급을 받기 시작한다. 당시 방영된 '재즈'라는 드라마에서 재즈나 블루스는 강남이나 압구정동의 고급 카페에서 재벌 2, 3세 청년들이 즐기는 유흥문화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또한 재즈는 클래식 못지않은 '엘리트'음악으로 '변질'된다. 대학의 실용음악과는 미국의 소위 버클리 음대 스타일의 커리큘럼을 그대로 받아들여 대중음악을 '아카데믹'하게 구축한다. 가난한 흑인 노동자의 삶을 위로해 주었던 재즈나 블루스가 시대가 바뀌면서 '상류층'의 문화가 되었다.

80~90년대의 한국 청소년들도 50년대의 미국 청소년들처럼, 또래가 구입하는 레코드를 같이 따라 구입하는 문화가 생겼지만 소비하는 음악 장르는 크게 달랐다. 특히 재즈와 블루스는 팝이나 록음악보다 정보를 얻기가 힘들었다. 외국(특히 미국)을 왕래할 수 있는 계층에서 제한적인 정보와 음반을 입수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일렉기타를 구입해서 연주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중산층으로서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가는 일이었다.

여러모로 80~90년대의 한국 청소년들은 50년대의 미국 청소년들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음반을 수집한다는 것, 특히 재즈나 블루스 계열은 일반적인 중산층보다는 '부잣집' 자제들한테 더 쉽게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부잣집'이 재벌 2세 정도 되는 어마어마한 부를 소유한 극소수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이들 중, 이 사회의 평균으로는 부유층에 가까운 이들이 많다. 특히, 강남이나 압구정동에 '작은' 아파트라도 가지고 있는 부모를 가진, '생계'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이들을 일반적인 중산층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다.

청소년 시절의 그들에게는 계급이나 계층의 우월의식은 아직 형성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무의식적으로라도 있었을 것이다) 그 또래 친구들이 모르는 문화를 알고 있다는 우월의식은 있었다. 물론 그들은 자신이 우월하다는 것을 알아줄 또래 친구가 필요했다. 마음 맞는(또한 경제적으로 비슷한 계층의) 친구들에게 그 음악을 전파했고, 그 친구들은 소수의 무리를 형성했고 서로의 우월의식을 인정해주며 만족감을 느꼈다.

소비하는 음악의 장르로 계층과 계급이 구분되기도 한다.

- '예술의 사회 경제사'에서 일부 발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없어져야 할 단어, '복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