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유리알 유희’ 중.
소년 요제프 크네히트는 음악 명인이 자신을 만나준다는 사실에, 그가 자기에게 말을 걸고 자기를 시험하고 나무라거나 칭찬하려는 것에 엄청난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 음악 명인은 다음과 같이 묘사되었다.
‘그는 백발이 성성한 남자로 아름답고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으며 꿰뚫어 보는 듯한 눈은 연한 푸른빛이었다.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는 시선이었지만 청량하게 밝았으며, 웃거나 미소를 짓는 시선이 아니라 조용히 빛을 발하는 평온하고 명랑한 시선이었다.’
음악 명인은 소년 크네히트를 부드럽게 이끌며 함께 음악을 연주했다. 소년은 지금까지 배웠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그 순간 배웠으며, 엄청난 희열을 느꼈다.
연주가 끝난 후 음악 명인은 무어라 말할 수 없이 정답게 소년을 바라보며 말했다.
“음악을 연주하는 것만큼 두 사람을 가깝게 하는 게 없지. 참 아름다운 일이야. 우리는, 너하고 나는 언제까지나 친구로 남겠지. 너도 푸가 만드는 법을 배우게 될 게다. 요제프.”
이후 음악 명인은 요제프의 학창생활 중 가장 든든한 스승이자 친구가 된다.
진정한 교육자(이 단어를 좋아하지 않지만)는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 사람인 것 같다. 자신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학생을 이끌어 주는 사람인 것 같다. 학생은 자신보다 약간 늦게 태어난 인격을 가진 생명체일 뿐이고, 미래의 동료이며, 뜻이 맞는다면 친구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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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야기
그는 학교에서 높은 위치에 올랐다. 그는 그 자리에 오른 자기 자신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흡족했다. 그는 주위에 다음과 같이 말하며 자신은 여전히 소탈한 교육자임을, 자신은 ‘높은 자리’ 따위에는 연연하지 않는 사람임을 굳이 강조했다.
“이 자리에 올라서 수업을 할 수 없는 것이 너무 아쉽네요. 학생들을 가르치고 때로는 혼도 내고 함께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매일 아침 학생들과 운동을 하며 함께 하고 있습니다. 허허.”
그는 스스로 자신은 학생들에게 격의 없이 소탈하게 대하는 진정한 교육자이고 학교 일을 열심히 하고 사적인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언제나 정확한 수치에 근거하여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 알고 있다. 그가 학생들에게 권위적이며 작위적인 소탈함으로 대하며, 숫자로 가려진 진짜 상황을 볼 줄 아는 능력이 없어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오히려 주위에 피해를 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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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비슷하다. 음악 그 자체보다 자신이 음악을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는 모습이 흡족하고 자랑스럽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자신의 그 멋진 모습을 알아줘야 한다.
물론 그들도 처음에는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마치 ‘권력을 지향하는 사람의 습성’과도 비슷하게, 자신이 음악을 얼마나 깊이 있게 알고 있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에 더욱 몰두한다.
좋아하는 앨범의 A면 몇 번째 곡의 제목이 무엇이며, 어떤 악기를 사용했으며, 그 악기는 몇 년도 산이며, 어떤 부품으로 만들었으며, 몇 번째 시그니처 모델이라는 외적인 부분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권력을 지향하는 사람의 습성’이라는 말은, 이러한 외적인 정보를 아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고 주위 사람들이 그 외적 정보를 얼마나 아느냐에 따라 그들을 평가하고 그들에게 ‘순위’를 부여한다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사명, 일, 직업 그 자체를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 일을 좋아하고 잘 한다는 겉모습을 더 중요시한다. 남들이 자신의 그 멋진 모습을 알아봐 주고 ‘존경’하고 좋아해 주기를 바란다.
‘유리알 유희’에 나오는 소년 크네이프와 음악 명인의 모습. 그저 음악 자체가 너무 좋아서 견딜 수 없어하는 모습. 학생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 음악 명인의 모습. 소설 '유리알 유희'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다.